‘KLPGA 챔피언십’이 걸어온 위대한 발자취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5월 14일 08시 22분


한국여자프로골프 1세대인 안종현 한명현 강춘자 구옥희 배성순 김성희(왼쪽부터). 사진제공 |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 1세대인 안종현 한명현 강춘자 구옥희 배성순 김성희(왼쪽부터). 사진제공 | KLPG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공포 속에 세계 주요 골프리그가 중단된 지 이미 오래다. 14일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2020 시즌 국내 개막전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 전 세계 골프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코로나 극복,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부제로 17일까지 경기도 양주의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리는 이번 KLPGA 챔피언십은 총 상금 30억 원(우승상금 2억2000만 원)에 총 150명이 참가, 한국프로골프 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진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으로 2020 시즌을 시작한 KLPGA 투어는 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잇달아 취소된 뒤 마침내 국내 개막전을 열었다.

● KLPGA 챔피언십 역사가 한국여자골프의 역사

이번 대회에 눈길이 모아지는 것은 비단 코로나19 여파 속에 재개되는 첫 대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KLPGA 챔피언십은 그 자체로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다. 1978년 출범한 KLPGA와 역사를 함께 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프로골퍼가 탄생한 것은 1978년 5월 26일이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가 로열 골프장(현 레이크우드CC)에서 남자 프로테스트를 주관했고, 그 날 현장 한쪽에서 제1회 여자프로골퍼 테스트가 진행됐다. 강춘자가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회원 번호 1번의 영예를 안았다.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도 차례로 회원번호 2~4번을 부여받았다. 이후 열린 추가 프로테스트에서 김성희, 이귀남, 고용학, 배성순이 관문을 통과해 8명의 제1세대 한국여자프로골퍼 그룹이 완성됐다.

여자프로골퍼 탄생에 이어 같은 해 8월, 한국프로골프협회 내 여자프로부가 신설됐고 9월 20일 한양 컨트리클럽에서 역사적인 최초의 여자프로골프 대회인 ‘KLPGA 선수권대회(KLPGA 챔피언십)’가 개최됐다. 남자프로대회 안에 여자부가 신설되는 형식이었지만, 최초의 여자프로 공식 대회라는 점에서 한국 골프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KLPGA 챔피언십을 빛낸 영광의 얼굴들

제1회 대회에서는 4라운드 동안 29오버파 317타를 친 한명현이 초대 챔피언 영광을 안았다. 출전 선수가 고작 6명에 불과했던 1회 대회의 우승 상금은 8만 원, 총 상금은 20만 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명현에 이어 안종현이 2대 챔피언에 올랐고, 구옥희는 1980년 3회부터 1982년 5회까지 3년 연속 우승 영광을 안았다. 구옥희의 3년 연속 우승은 이 대회 최다연속 기록이자 KLPGA 역대 ‘동일대회 최다 연속 우승 기록’ 공동 1위다

김순미와 고우순은 1988년 대회부터 6개 대회에 걸쳐 나란히 번갈아 가며 우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고우순은 1996년 대회까지 총 4번의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 역시 KLPGA 통산 ‘동일대회 최다 우승 기록’ 타이다.

KLPGA 역대 최다 타수 차 우승 기록도 이 대회에서 나왔다. 구옥희가 1982년에 2위와 20타 차로 우승했다.

1989년 한 해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총 41번 개최된 이 대회에서는 총 31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초창기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 레전드 멤버들이 시상대 맨 위에 섰고, 2000년대 들어서는 배경은과 전미정, 김영, 신지애, 최나연 등이 우승 영광을 안았다. 2016년 배선우 이후 장수연(2017년), 장하나(2018년), 최혜진(2019년)이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여자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31명 우승자 중 신인 자격으로 영광을 안은 이는 2001년 배경은, 2002년 전미정, 2014년 백규정 등 총 3명이었다. 특히 백규정은 7타 차 대역전승을 거두며 큰 주목을 끌었다. 가장 짜릿했던 역전 우승의 주인공은 2015년 안신애였다. 2라운드 컷오프 위기에서 선두와 10타 차 60위로 간신히 예선을 통과한 뒤 결국 7타 차를 뒤집고 우승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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