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개막 KLPGA 챔피언십
임희정-배선우 제치고 역전극… 작년 거물 신인이었으나 무관
고진영과 동계훈련, 스윙도 닮아… “우승하지 말라는 언니 조언 큰 힘”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의 희열을 맛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 차 박현경(20·한국토지신탁)이 시즌 첫 국내 대회이자 첫 메이저대회인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현경은 17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9(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3타 차 공동 2위였던 박현경은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 배선우(26) 임희정(20)을 1타 차로 제쳤다. 경기 후반 11∼13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따낸 게 역전 우승의 발판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프로 투어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총상금(30억 원)이 걸렸다. 박현경은 우승상금 2억2000만 원을 챙겼다. 무관중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박현경은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채 우승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물을 뿌리는 동료들과 얼싸안았을 세리머니도 달라졌다. 우승 퍼트 뒤 마스크를 쓴 동료들에게 축하 꽃잎을 받은 박현경은 눈물을 쏟았다.
유치원 시절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프로 출신인 아버지 박세수 씨가 운영하는 실내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접한 박현경은 초등학교 2학년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들었다. 국가대표 시절인 2017년에는 송암배 대회에서 최종 합계 29언더파 259타로 아마추어와 프로 통틀어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지난해 데뷔 시즌에는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신인왕 조아연(20), 3승을 한 임희정 등 데뷔 동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대회 뒤 박현경은 “지난해 신인들이 8승을 합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고 한편으론 속상했다”며 마음고생을 전했다. 박현경은 “2020년 첫 대회 만에 아쉬움을 날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태어나서 오늘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이 큰 도움이 됐다. 박현경은 시즌을 앞두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이시우 스윙코치의 지도하에 고진영 등과 함께 동계훈련을 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투어가 중단된 동안에도 국내에서 고진영과 연습라운드를 하는 등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박현경은 “어제 통화에서 진영 언니가 ‘우승하지 말라’고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은 하늘에 맡겨 두고 욕심을 내지 말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고진영과 스윙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기술적인 면에서도 좋은 참고가 됐다.
가족을 향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우승 확정 뒤 캐디로 나선 아버지와 가장 먼저 포옹을 나눴던 박현경은 “1라운드 날이 엄마 생신이었는데 좋은 선물을 해드린 것 같아 기쁘다. 어제 오빠가 전화로 지갑을 사달라고 했는데 약속대로 선물해 줘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차지한 박현경은 “이제 목표는 2승이다. 평균 타수상도 받고 (좋은 성적으로) 지난해 참가하지 못한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도 꼭 참가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1타를 줄인 끝에 역전을 허용한 임희정은 아쉬움에 눈물을 내비쳤다. 이소영과 김효주는 공동 4위(14언더파)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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