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2020시즌 K리그1 우승 후보다. 지난해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패배, 전북현대에 ‘다득점’에서 밀려 허탈한 2위에 그친 울산은 이미 강했던 전력에서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리그 MVP 김보경을 라이벌 전북에 내줬으나 조현우 골키퍼를 비롯해 윤빛가람, 김기희, 정승현, 고명진, 원두재, 비욘 존스 등 포지션별로 준척급 이상의 선수들이 대거 가세했다. 이미 힘과 높이 그리고 스피드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던 울산이 그 넓이와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가 자자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이 바로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었다.
소개한 힘과 높이와 스피드 그리고 뜨거운 열정은 울산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워낙 강해 자칫 자신감이 넘치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경기가 흐를 시 경직되는 모습도 있었던 게 사실인데, 베테랑 이청용이 그런 아킬레스건을 보완해 줄 윤활유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적잖았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청용 효과가 잘 보이고 있다.
울산이 시즌 2연승에 성공했다. 울산은 지난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수원과의 원정 경기에서 3-2 ‘펠레 스코어’ 승리를 챙겼다. 홈 개막전에서 상주상무를 4-0으로 대파했던 울산은 전북과 함께 승점 6점으로 선두권으로 나섰다.
압승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던 상주전과는 달리 수원전은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기다. 당시 울산은 0-2까지 끌려갔다. 시작부터 수원의 문전을 두드리던 울산은 외려 전반 막바지 고승범에게 예상치 못한 중거리 슈팅으로 먼저 골을 내줬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는 코르피치의 헤딩에 추가실점까지 허용했다.
예상외의 전개였다. 보는 이들은 물론 울산 선수들의 표정에도 당황함이 엿보였다. 당연히 빠르게 만회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자칫 허둥지둥에 그칠 수도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마냥 급하고 서둘지만은 않았다. 이청용이라는 톱니바퀴 효과가 컸다.
위기 속에서 컨트롤 타워(지휘본부) 역할을 했던 이청용이 완급을 조절하며 틈을 노렸고 주니오와 김인성의 연속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 43분 주니오가 프리킥 찬스에서 역전골을 터뜨려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위기 탈출과 함께 2연승 신바람을 탔다.
찬스가 주어질 때마다 꼬박꼬박 득점을 올려주는 확실한 골잡이 주니오를 비롯해 발 빠른 김인성과 김태환, 킥이 좋은 신진호와 윤빛가람 등 울산의 강점이 여럿 보였으나 그중에서도 ‘이청용 효과’를 빼놓을 수 없던 경기다. 자신이 직접 공격포인트를 작성하진 못했으나 이청용은 침착하게 꼬인 경기를 풀어가면서 왜 울산이 그토록 영입에 공들였는지 플레이로 보여줬다.
2라운드를 앞두고 이청용의 전 소속팀인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울산으로 간 블루 드래곤을 설명하며 “인품부터 실력까지, 이청용은 아주 좋은 선수”라고 말한 뒤 “우리 팀에 왔더라면 큰 힘이 됐을 텐데 아쉽다”고 씁쓸함을 삼켰다.
이어 이청용의 장점으로 ‘여유’를 꼽았다. 최 감독은 “어린 나이에 같이 일을 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그때도 이청용은 베테랑들과 맞붙어도 경기를 즐겼다. 여유가 있다”면서 “지난해 놓친 우승 때문에 다소 경직돼 있을 울산의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보이는 효과들이 최용수 감독 설명 그대로다.
이미 강함은 부족함이 없던 울산이다. 힘, 높이, 스피드에 우승에 대한 열망까지 모두 ‘강-강-강’ 일색이다. 이청용은 그 강함에 부드러움을 가미시켜 줄 눈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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