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역대 외국인타자 중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자랑한 인물은 2008년부터 2년간 몸담았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베네수엘라)였다. 183경기에서 타율 0.338(604타수 204안타), 33홈런, 135타점의 성적을 거뒀는데 2009년에만 115경기에서 타율 0.332(388타수129안타), 26홈런, 100타점의 강력한 임팩트를 뽐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초반 임팩트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LG 팬들은 그를 ‘페타신(神)’이라 불렀다.
페타지니 이후 준수한 활약을 펼친 외국인타자는 존재했지만, 그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준 이를 찾긴 어려웠다. 외국인선수 보유한도가 3명으로 늘어나며 타자의 영입이 활발해진 2014시즌부터 매년 5월까지 성적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2016시즌의 루이스 히메네스(45경기 타율 0.329, 14홈런, 38타점) 정도만 인상적인 초반 스퍼트를 했다. 부상에 발목 잡혀 32경기 출장에 그친 2015년 잭 한나한과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은 뒤 미국으로 야반도주한 2017년 제임스 로니 등 낯 뜨거운 실패사례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로베르토 라모스(26·멕시코)의 활약은 큰 의미를 지닌다. 10-6의 승리를 이끈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올 시즌 12경기에서 타율 0.400(40타수16안타), 5홈런, 10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9일에도 결정적인 5호 홈런 포함 3타수2안타3타점1득점의 불방망이를 뽐냈다. 1-0으로 앞선 1회 무사 1·3루 상황에서 삼성 선발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의 4구째 시속 133㎞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초반부터 삼성의 기세를 완전히 꺾은 회심의 일타였다. 7회에도 2루타를 추가하며 장타 본능을 자랑했다. 올 시즌 16개의 안타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개(5홈런·2루타 4개)가 장타다. 그만큼 득점 확률을 높였다는 의미다. 지난 5경기에서 14타수4안타(타율 0.286)로 한풀 꺾였던 리듬을 곧바로 찾았다.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부진했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언제든 장타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해결사가 됐다. 개막 직전 “라모스가 처음보다 좋아졌다. 4번타자로 자기 역할만 해주면 팀이 상위권으로 갈 것”이라던 류중일 LG 감독의 기대에도 완벽하게 응답했다.
라모스는 “야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 성과보다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며 “매 경기마다 100%를 보여주는 게 내가 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말 마디마디에 책임감이 느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