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제주 유나이티드는 K리그2(2부)의 ‘절대 강자’로 꼽혔다. 지난해 2부 강등의 불명예 속에서도 이창민, 안현범, 오승훈 등 주전 대부분을 지켰고, 정조국, 주민규, 발렌티노스 등 검증된 선수들까지 새로 영입해 웬만한 K리그1(1부) 구단 부럽지 않은 전력을 구축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남기일 감독의 영입이다. 2014년 광주FC와 2018년 성남FC를 승격시킨 이른바 ‘승격 전문가’다. 또 지난 시즌엔 성남의 잔류를 성공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주의 승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은 빗나갔다. 서울이랜드와 홈 개막전에서 1-1로 비긴데 이어 2라운드 원정에선 전남 드래곤즈에 0-1로 졌다. 승점 1(1무1패)로 10팀 중 9위다.
물론 경기력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다. 각종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골 결정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전남전에선 15개의 슈팅도 무용지물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경기를 못하고 승점을 못 딴 게 아니라 경기는 잘하고 있는데, 승리가 없었다”면서 “전남 원정에서도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남 감독의 또 다른 고민은 부상자다. 그는 “개막이 연기되는 동안 조성준이 장기 부상을 당했다. 개막전을 앞두고는 발렌티노스와 윤보상마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흔들렸다”면서 “이와 관련해서 U-22 출전 카드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당초 구상했던 라인업과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사정을 털어놓았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 그는 “아무래도 2경기 동안 승수 쌓기에 실패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을 털어줘야 하는 게 급선무다.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으니, 훈련 때는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23일 홈에서 열리는 3차전 상대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하나시티즌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1승1무의 대전은 3경기 연속 무패를 노린다. 남 감독은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다. 원하는 결과까지 기대해볼만 하다”면서 “지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승부처라고 본다. 반드시 시즌 첫 승과 함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