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33)는 내년 KBO리그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예상보다 ‘가벼운’ 징계를 받았지만, 그라운드에 서기 위한 관문은 아직 남아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에 대해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 임의탈퇴 복귀 후 KBO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 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6년 12월 국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의 음주운전 이력까지 드러났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제’에 적용된 강정호는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KBO는 강정호가 KBO리그 소속이 아니라 상벌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강정호가 최근 임의탈퇴 해제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징계 수위를 논했다.
현행 야구규약에 따르면 음주운전 3회 이상 발생시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 제재를 받는다. 그러나 강정호는 규약이 개정된 2018년 이전에 음주운전을 한 점이 고려되면서 1년 징계로 결론이 모아졌다.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다. 세 차례 음주운전에 적발되고도 내년 그라운드 복귀까지 점쳐진다.
그러나 구단의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임의탈퇴 신분인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 시 키움 히어로즈로 돌아와야 한다. 강정호는 2014시즌을 마친 뒤 넥센(현 키움)을 떠나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26일 “강정호 측에서 임의탈퇴 요청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선수의 요청이 있다면 구단에서도 내부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음주운전 발생시 KBO 상벌위원회보다 더 강력한 자체 징계를 내리고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선수들의 일탈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 라이온즈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최충연에게 100경기 출장 정지를 시켰다. SK 와이번스는 음주운전 사고 물의를 일으킨 강승호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상벌위원회에서 1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강정호도 구단 징계에서는 더 무거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김 단장은 “강정호와 계약하게 되면 법률 상담을 받아 구단 자체 징계는 검토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으로서는 강정호와 계약을 하지 않거나, 징계가 끝난 1년 뒤 강정호를 타 구단과 트레이드 하는 선택지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 단장은 “트레이드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차가운 여론도 강정호의 복귀를 막고 있는 ‘벽’이다. 리그 최고의 스타였던 강정호의 반복적인 음주운전에 팬들은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구단으로서는 싸늘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강정호는 소속사를 통해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는 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고 복귀 갈망을 전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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