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화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승리 투수가 된 정찬헌(30·LG)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 데뷔 시즌이던 2008년 5월 20일 삼성전에서 첫 선발승을 거둔 후 12년 만의 선발승이었기 때문. 당시 7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정찬헌은 이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했지만 유독 선발로는 불운했다. 선발 11연패를 거둔 뒤 아예 보직이 구원으로 굳어졌다. ‘정찬헌=구원’이라는 이미지가 팬들의 뇌리에 박힌 사연이다.
구원투수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 온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2016년 4월 경추 수술을 받고 454일 동안 마운드에 못 섰던 그는 지난해 6월에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매번 긴장한 상태로 등판을 대기해야하는 구원투수로는 더 이상 야구를 하기 힘들었다. 12시즌 만에 다시 선발로 보직을 바꾼 배경이다.
7일 두산전에 선발로 나선 정찬헌은 4이닝 3자책점으로 부진하며 선발 등판 연패를 ‘12’로 늘렸다. 16일 키움전에서는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투구를 했지만 승패와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 올 시즌 3번째 선발 도전인 27일 한화전에서 다시 6이닝 3실점으로 결국 승리를 따냈다. 불운의 사슬을 끊어낸 후 정찬헌은 “선발을 맡아 다시 승리를 기록할지 상상도 못했다”며 “힘든 일이 많았는데 옆에서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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