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던 유망주’ SK 와이번스의 이건욱(25)이 프로 데뷔 7년만에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이건욱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6-1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로 기록됐다.
이건욱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계약금 2억원이 당시 그를 향한 SK의 기대치를 설명해준다. 2012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거듭된 부상으로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SK 입단 직후에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고, 2015년 겨울에는 미국 교육리그에서 발가락 골절상을 받았다.
2016년 1경기, 2017년 2경기 등판에 그친 이건욱은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올 시즌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는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받아 올 시즌 1군 전력에 포함됐다.
경기를 마친 이건욱은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빠진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 뒤 “3이닝만 던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 카운트 하나 하나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건욱은 5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김재호에게 안타를 맞고 처음 주자를 내보낸 뒤 박세혁에게 볼넷까지 허용했지만 허경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이후 6회 정수빈에게 3루타,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이날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다.
이건욱은 “4회부터 전광판에 0이 이어져 있어 (퍼펙트를) 의식하게 됐다”며 “퍼펙트가 깨졌을 때는 아쉽다기보다 동료들이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타구를 잡으려다 충돌한 중견수 노수광과 우익수 정진기를 걱정했음을 전했다.
부상으로 인해 힘들었던 지난 시간도 떠올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룸메이트로 함께하며 많은 조언을 해준 팀 선배 문승원을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이건욱은 “그동안 오버페이스를 하면서 계속 다쳤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문)승원이형이 자제를 시켜줬다. 같이 방을 쓰면서 많이 배웠다”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프지 않아 정말 좋다. 이제 구단에 밥값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어 이건욱은 “벌써 7년차인데 지금까지 기다려준 SK 구단에 고맙다”며 “다른 구단이었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줬다”고 소속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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