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과 김남일 감독의 벤치 열전부터 선두권 도약까지 걸린 FC서울과 성남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대결은 ‘소문난 잔치’였다. 두 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충돌했고, 승자는 성남이었다. 후반 44분 ‘크로아티아 폭격기’ 토미가 결승포를 책임졌다.
전날(30일) 1위 전북 현대(승점 9)가 강원FC에 0-1로 지고, 2위 울산 현대(승점 8)가 광주FC와 1-1로 비겨 격차가 벌어지지 않은 덕에 나란히 대권 레이스에 진입할 기회가 주어졌다. 모두에게 절실했던 한판의 희비는 막바지에 갈렸다. 서울은 2패째(2승)를 당했고, 4경기 무패(2승2무)를 내달린 성남은 승점 8을 쌓아 3위로 뛰어올랐다.
● 시선집중! 2002 영웅들의 벤치 열전
스포트라이트는 벤치에 맞춰졌다. ‘독수리’와 ‘진공청소기’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한 시절을 풍미한 영웅들의 사령탑 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최 감독과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다. 4년 전에는 감독-코치로도 인연을 맺었다. 2011년 감독대행을 시작으로 서울을 이끌던 최 감독이 2016년 여름 장쑤 쑤닝(중국)으로 향한 뒤 그해 11월 김 감독을 코치로 호출했다. 최 감독이 이듬해 6월 장쑤를 떠나 동행은 길지 않았으나 ‘지도자’ 김남일의 출발을 도운 셈이다. 이후 김 감독은 신태용 감독을 보좌하며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에 나섰고, 지난 시즌에는 K리그2 전남 드래곤즈 코치로 활동했다.
둘의 대결은 의외로 빨리 성사됐다. 김 감독이 성남에 부임하면서다. 특히 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이기고 싶은 팀’으로 서울을 꼽았고, 이날 경기 직전에는 “서울이 라인을 내리지 않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입심 좋은 선배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후배의 도발에 즉각 응수했다. 최 감독은 “더 자극해달라”며 “경험은 무시 못 한다. 승리는 양보할 수 없다”고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 2연승vs3연속 무패, 교체카드가 승부 갈랐다!
서울은 개막전에서 강원에 패한 뒤 2연승을 내달렸다. 광주를 1-0으로 돌려세웠고, 포항 스틸러스는 2-1로 무너트렸다. 성남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광주에 2-0으로 이긴 뒤 인천 유나이티드(0-0), 강원(1-1)과 비겨 3경기 무패를 기록 중이었다.
오스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서울은 주세종에게 중원을 맡겨 박주영-고요한의 최전선과 한승규-한찬희의 2선을 지원했다. 성남은 주장 연제운을 중심으로 파이브(5)백을 구축해 공세에 대비했다. 두 팀 모두 수비에 무게를 실은 가운데 서울이 서서히 볼 점유율을 높여가던 전반 33분, 성남이 승부수를 띄웠다. 양동현을 투입해 최근 폼이 좋은 19세 새내기 홍시후와 투톱에 세웠다.
서울(8회)이 성남(3회)보다 더 많은 슛을 시도했으나, 집중력은 성남이 더 강했다. 후반 37분 교체 투입된 토미는 서울의 실책을 틈타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팀에 값진 승점 3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