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7세 이하, 19세 이하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 하지만 한국 프로축구 1, 2부도 아닌 3부 리그(K3) 천안시축구단에 입단한 제리 판에베이크(28·등록명 제리·사진)는 요즘 새롭게 축구 인생을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리그를 시작한 K리그에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덕분에 자신의 존재감이 고국에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리는 “네덜란드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온다. 내 축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20세 전까지만 해도 제리는 세계 톱클래스 공격수로 가는 길을 밟았다. 네덜란드 명문인 PSV 아인트호벤 유스 출신으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네덜란드 17세 이하, 19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버질 판데이크(29·리버풀)도 그라운드에서 자주 만났다. 제리는 “판데이크는 나보다 한 살 많은데 청소년 시절에 공격과 수비로 상대를 많이 했다. 현재 네덜란드 대표팀의 공격수인 멤피스 데파이(26·올랭피크 리옹)와도 청소년 대표팀에서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성인 무대에선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제리는 2016년까지 네덜란드 2부 리그에서 뛰다 2017년부터 미국 프로축구 2부 리그인 USL 챔피언십 소속 팀들을 전전했다. 그러다 2년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나 결혼한 한국계 미국인 아내와 상의 끝에 자신의 축구 인생에 더 큰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3부 리그행을 택했다. 제리는 “미국에 있을 때 나의 커리어가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내의 뜻도 있고, 2002년 월드컵에서 본 한국 축구도 대단해서 선택을 했다”며 “지금 팀의 김태영 감독님이 당시 월드컵의 전설이어서 더 좋다. 높은 수준의 지도 능력을 갖고 계셔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한국 무대의 시작은 좋다. 지난달 개막전인 청주FC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고, 지난달 30일 김포시민축구단과의 경기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되자마자 득점포를 가동했다. 3경기에서 팀이 기록한 4골 중 절반을 책임졌다.
“축구를 하는 동안 ‘닉네임’이 없었어요. 팬들께서 저의 별명을 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별명이 있다는 건 그래도 축구를 잘한다는 거 아니겠어요? 두 살 딸에게 아빠의 별명을 선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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