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주장 박상하(34)는 박철우(35·한국전력)가 FA로 떠나면서 팀 내 최고참이 됐다.
최근 경기도 용인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박상하는 “책임감이 많이 커졌다”면서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안주하고 싶지 않다. 배구를 더 잘하고 싶고, 절실한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2019-20시즌을 마친 뒤 변화가 가장 많은 팀이다. 새롭게 고희진 감독이 부임했고, 우리카드와의 3대4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 변화 폭도 컸다.
세터 김광국과 노재욱(공익근무요원 입대), 센터 김시훈, 레프트 황경민이 새롭게 합류했다. 특히 김광국과 김시훈의 경우 우리캐피탈(우리카드 전신) 창단 시절부터 우리카드에 있을 때까지 함께 있었던 동료들이라 더욱 반갑다.
박상하는 “(김)광국이는 내 전성기를 함께 했던 친구”라며 “함께 힘든 시간을 많이 지냈고, 베테랑이 되어 다시 재회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광국이는 무엇이 안 되는 지 제일 잘 알고 있다. 내게 ‘원하는 볼을 다 올려줄 테니 전성기 때 몸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서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너무 기대가 크다”며 웃었다.
고희진 감독은 캡틴 박상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최고참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 더 나아가 코트 위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해주길 바라고 있다.
박상하는 “감독님이 오시고 훈련장에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면서 “정해진 주전은 없다며 선수들에게 ‘삼성화재의 새로운 스타가 되어 달라’는 주문을 하셨다.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경쟁하고 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불타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하는 2020-21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와 연봉 3억6000만원에 FA계약을 맺었다. 구단에서 2년 이상의 기간을 염두에 두고 연봉을 제안했지만 1년 계약을 한 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재평가 받고 싶다고 역제안을 해서 일찌감치 도장을 찍었다.
FA계약의 경우 최소 3시즌 간 계약을 한 구단에게 보유권이 있지만 연봉은 매년 계약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박상하는 “구단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지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고 감독님과 함께라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고, 단순히 돈보다는 정말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 13년 차인 박상하는 2017-18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고, 올해가 4번째 맞는 시즌이다.
3시즌을 돌아본 그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자신을 평가했다. 박상하는 “솔직히 내가 문제였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악화됐고 안일하게 ‘잘 되겠지’란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때 준비를 제대로 못하면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덕분에 많이 배웠고, 지난 시즌 부상 없이 전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잘 버텨준 나한테 고마웠고, 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캡틴’이 된 박상하는 개인적인 목표는 지운지 오래다. 스스로를 ‘꼰대’라 칭한 그는 “솔직히 ‘코트에서 논다’는 말을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야 그 말이 무언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우리 팀이 강조하는 ‘변화’를 통해 ‘역사’를 써보고 싶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변화라고 생각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단순히 우리끼리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삼성화재가 변했어. 이게 삼성이야’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올 시즌 성장을 통해 내년이나 그 다음 해에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상하는 “나이가 많다고 안주하고 싶지 않고,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원 팀’이 돼서 빨리 코트에서 즐겁게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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