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수문장 김영광(37·성남FC)은 지난 겨울 인생의 기로에 섰다. 현역 연장과 은퇴의 갈림길. 2015년부터 몸담은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FC는 정정용 감독의 부임과 함께 선수단 리빌딩에 나섰고, 베테랑 골키퍼와 이별을 결정했다.
더 뛰고 싶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이의 자유계약선수(FA)를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성남이 손을 내밀었다. 김동준이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떠나자 김남일 감독(43)은 큰 공백이 생긴 골문을 채워야 했다. 3월 19일 김영광의 성남행이 발표됐다.
적어도 마흔 살까지는 현역으로 남고 싶은 김영광이다. 월드컵에 2차례(2006년 독일·2010년 남아공), 올림픽에 1차례(2004년 아테네) 나선 백전노장이지만 3주 가까운 입단 테스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였다.
계약 합의 후에도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 벼랑 끝에 선 자신에게 소중한 기회를 준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하는 통 큰 결정까지 내렸다. “프로 인생에서 마지막 팀이 성남이다. 항상 절박하게 준비하고, 후회 없이 뛰겠다. 온힘을 다해 공을 막겠다”는 약속과 함께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성남과 김영광의 동행은 성공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뒤늦게 개막한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성남은 4경기무패(2승2무·승점 8)로 3위에 올라있다. 개막 직전에는 잘해야 파이널 라운드 상위(1~6위) 그룹을 노릴 다크호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던 성남이지만 그 같은 예상을 깨버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 골만 내준 김영광이 있다.
김 감독과 궁합도 최고다. 프로에 데뷔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머문 전남 드래곤즈에서 둘은 한솥밥을 먹었다. 2년 먼저 입단했고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선배는 감히 쳐다볼 수 없던 존재였지만 살뜰히 챙긴 후배와 많은 추억을 공유했다. 코칭스태프와 무난한 호흡은 시행착오 없이 그가 연착륙한 배경이다.
신인 시절의 41번을 등번호로 택한 김영광은 K리그 500경기 출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통산 499경기(589실점)에 나선 그는 큰 변수가 없다면 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릴 대구FC와 5라운드 홈경기에서 대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나이도 있고 민망하지만 요즘 계속 몸이 좋아진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팀도 경험을 더할수록 강해질 것 같다”는 프로 19년차 김영광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