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기만 하던 ‘KTX’서 기습침투 ‘엄살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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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데뷔골 광주 엄원상

프로축구 K리그1 광주의 ‘엄살라’ 엄원상이 지난달 3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4라운드 안방경기에서 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고 있다. 엄원상이 K리그1 데뷔골을 터뜨린 광주는 자책골로 1골을 내줘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3연패 뒤 시즌 첫 승점(1점)을 획득했다. 광주FC 제공
프로축구 K리그1 광주의 ‘엄살라’ 엄원상이 지난달 3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4라운드 안방경기에서 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고 있다. 엄원상이 K리그1 데뷔골을 터뜨린 광주는 자책골로 1골을 내줘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3연패 뒤 시즌 첫 승점(1점)을 획득했다. 광주FC 제공
‘형! 내가 운동하고 있을 시간이어서 (실시간으로) 경기를 못 보겠네. 힘내고! 첫 골 가즈아!’

지난달 30일 프로축구 K리그1 울산과의 경기를 준비 중이던 광주의 공격수 엄원상(21)은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스페인에서 리그 재개에 대비해 훈련 중인 ‘슛돌이’ 이강인(19·발렌시아)이 보낸 것이었다.

2017년 18세 이하 대표팀에서 룸메이트로 지낸 것을 계기로 둘은 단짝이 됐다. 준우승을 달성한 지난해 폴란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당시 벤치에 있던 이강인이 엄원상의 볼에 뽀뽀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톡에 이강인을 ‘강인 애기(아기)’로 저장해 둔 엄원상은 “강인이는 쾌활한 성격인 반면에 나는 내성적이다. 형인 내가 장난을 많이 받아줘서 강인이가 좋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슛돌이’ 이강인(오른쪽)이 단짝인 엄원상의 볼에 뽀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슛돌이’ 이강인(오른쪽)이 단짝인 엄원상의 볼에 뽀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이강인의 응원 속에 엄원상은 강호 울산을 상대로 잊지 못할 골을 터뜨렸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히던 그는 전반 11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광주가 자책골로 1골을 내주면서 무승부(1-1)로 끝났지만 엄원상의 골 덕분에 올 시즌 승격팀 광주는 3연패 끝에 첫 승점(1점)을 획득했다.

또 이 골은 지난해 광주(당시 2부 리그)에서 프로에 데뷔한 엄원상이 1부 리그에서 기록한 첫 득점이었다.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엄원상은 “경기 후 강인이에게 득점 소식을 전했다. 강인이가 ‘내 응원 덕분에 형이 골을 넣은 거야’라고 답장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대표팀을 거치며 성장 중인 엄원상은 저돌적 돌파로 측면을 허무는 윙어다. 그는 “초등학교 때 단거리 육상을 하다 축구로 종목을 바꿨다. 스피드 향상 훈련은 따로 한 게 없는데… 타고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고교 시절 별명은 ‘KTX(고속철도)’. 여기에는 직선적 플레이에만 능하다는 부정적 의미도 담겨 있었다. 엄원상은 “공격 전개 방식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드리블과 공간 침투 훈련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20세 이하 월드컵과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한국 우승)을 통해 한층 향상된 기량을 선보인 그는 팬들로부터 ‘엄살라’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에이스로 스피드와 개인기가 뛰어난 이집트 출신 무함마드 살라흐에 빗댄 표현이다. 엄원상은 “세계적 선수의 이름에서 나온 별명을 갖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K리그1이 4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울산전은 엄원상의 시즌 첫 경기였다.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오른 발목을 다쳐 한동안 재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몸 상태도 좋아졌고, 값진 골도 넣었다. 선발 출전이든, 교체 투입이든 언제나 제 몫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엄원상은 “광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발탁될 수 있다. 친한 동생 강인이와 함께 꼭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k리그1 데뷔골#광주 엄원상#엄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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