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 용인 팀 훈련장에서 만난 KCC 이정현(33·191cm)은 한눈에 보기에도 지난 시즌보다 체격이 커져 있었다. 빅맨들 못지않은 상체 근육을 자랑하는 이정현은 시즌 중에는 93kg 전후로 체중을 유지한다. 하지만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된 뒤 약 두 달간 체중을 98kg까지 불렸다. 근육과 지방을 함께 늘린 뒤 시즌 시작까지 남은 약 4개월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시 92kg까지 줄여 단단한 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체력 단련을 위해 전준범(현대모비스), 정준원(DB) 등과 함께 제주 한라산 등반도 했다. 보통 일반인이 4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를 2시간 20분 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이정현은 “이렇게 여유 있게 몸을 만들어 본 게 처음이다.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 일 잘하는 머슴 같은 몸을 만들어서 새 시즌을 맞이하고 싶다”며 웃었다.
1일부터 한국농구연맹(KBL)이 허용하는 팀 훈련이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이정현은 코로나19로 인해 길어진 비시즌 기간을 그 어느 때보다 알차게 보내게 됐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KCC로 이적한 이정현은 KCC에서 보낸 3번의 비시즌 동안 매번 국가대표에 차출됐다. 2019∼2020시즌 KBL 전체 연봉 2위(7억2000만 원)로 명실상부 KCC 전력의 핵심이지만 비시즌 동안 팀원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늘 만족스럽지 않은 채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특히 2019∼2020시즌을 앞두고는 농구 월드컵에 참가하면서 발목 부상을 당해 팀 훈련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이정현은 “한 달 정도 재활만 겨우 하고 시즌에 돌입했다. 전지훈련도 못 따라갔다. 심리적인 부담과 체력적인 부담이 겹쳐서 많이 힘들었던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이번 시즌엔 코로나19로 주요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게 돼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이정현은 모든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철인’이다. 팀 선배인 추승균 전 KCC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384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뛰어넘은 이정현은 420경기 연속 출전으로 이 부문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KT와의 방문 경기를 사흘 앞두고 급성 편도염으로 열이 40도까지 치솟았지만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회복해 결국 코트를 밟았다. 당시 27분을 뛰며 15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정현은 “연속 출전 기록 때문에 그렇게 독하게 경기에 나서는 거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웃음) 만약 정말 뛸 수 없는 상태였으면 안 뛰었을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잔부상도 있었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많았지만 매번 뛸 만해서 뛰었다. 큰 부상이 없었던 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KCC는 2020∼2021시즌이 끝나면 골밑 핵심 전력인 라건아(31)의 계약이 종료된다. 프랜차이즈 스타 송교창(24)도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100% 전력’으로 맞이하는 새 시즌이 KCC가 상위권을 노릴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현은 “KCC의 ‘팀 컬러’는 조직력이다.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전창진 감독님의 스타일상 우리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시즌 시작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은 만큼 제대로 손발을 맞춰서 상위권을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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