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흥행카드이자 최대 라이벌전은 FC서울과 수원삼성, 수원삼성과 FC서울이 충돌하는 ‘슈퍼매치’였다. 하지만 근래 몇 년 사이 슈퍼매치를 둘러싼 안팎의 온도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필드 위의 경기력도, 팬들의 장외전쟁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아졌고 또 FC서울이 최근 16번의 맞대결에서 무패(9승7무)를 달리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퇴색된 영향도 있다. 여전히 K리그가 자랑하는 히트 상품이지만, 두 팀 공히 반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상대적으로 다른 볼거리가 뜨거워진 영향도 있다. 지난해 최종 라운드에서 포항이 울산의 우승을 방해한 것을 포함, 두 팀의 ‘동해안 더비’가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대세’는 전북현대와 FC서울, 서울과 전북의 격돌이다.
봉동이장 최강희 전 감독(현 상하이 선화)과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장외 퍼포먼스까지 싸움에 불을 지펴왔고 우승을 다투는 등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두 팀은 계속해서 보는 맛을 배가 시켜 왔다. 그리고 팬들은 전북의 ‘전’과 서울을 빨리 발음한 ‘설’을 합쳐 ‘전설매치’라 명명했는데, 그들의 2020년 첫 번째 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과 전북이 4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1위(전북)와 3위(서울)의 대결이자 올 시즌도 선두권에서 경쟁을 펼칠 두 팀의 빅매치다.
서서히 ‘실력과 성적’을 배경으로 한 라이벌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이기에 피할 수 없는 승부다. 그리고 현재 두 팀의 분위기를 보면 더더욱 놓칠 수 없다. 뒤숭숭한 서울과 전북 모두 상대를 보약 삼아 팀을 추서야한다.
전북은 지난달 3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원정에서 0-1로 패했다. 개막 후 3연승 뒤에 맛본 첫 패배였다. ‘병수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자신들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강원에게 패한 결과가 ‘충격적’이라 말할 수는 없으나 여러모로 타격이 있던 패배다.
당시 전북은 전반 15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나온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의 퇴장과 함께 준비된 계획이 꼬였고 결국 0-1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막판까지 10명에서도 강원을 압박했으나 끝내 동점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시즌 처음으로 쓴잔을 마셨다. 패한 자체도 타격이지만 이어지는 손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근래 전북은 매 경기 ‘퇴장자’가 나오고 있다. 당시 홍정호 그리고 모라이스 감독이 퇴장 당한 것을 포함, 6차례 공식전에서 6명의 퇴장자가 발생했다. 하고자 하는 의욕, 잘해야한다는 부담이 합쳐져 발생한 일인데 이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의 적은 전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팀이 된 전북으로서는 극복해야할 내부의 문제다.
뒤숭숭함으로 따지자면 FC서울이 다르지 않다. 서울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4라운드 홈경기에서 0-1로 석패했다. 경기를 지배했고 특히 전반전에는 강하게 몰아붙였으나 결정력 부족에 득점에는 실패했고, 외려 종료 직전 상대 외국인 공격수 토미에게 한방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경기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함께 일군 선배 최용수 감독과 후배 김남일 감독의 맞대결로 더 큰 관심을 모았는데, 후배가 웃었다. 자존심에 상처가 난 서울은 2승2패(승점 6)가 되면서 순위도 7위까지 떨어졌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만나아햐는 서울로서는 아픔이 곱절이었던 패배다.
나란히 패배 후 치르는 맞대결이다. 강팀의 중요한 자격이 ‘연패가 없어야한다’는 전제라는 것을 감안할 때 중요한 승부다. 뻔하지만 위기이면서 기회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팀은 든든한 보약을 먹을 수 있고, 또 쓰러지는 팀은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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