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지난 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인 그는 쏟아지는 질문에도 침묵을 지킨 채 준비된 차를 타고 공항을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곧바로 14일간 자가격리를 시작하게 된 강정호는 격리가 끝난 뒤 사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강정호의 국내 복귀를 막는 가장 큰 벽 중 하나로는 여론이 꼽힌다. 그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이 받은 실망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를 향한 싸늘한 시선이 격리가 해제되는 2주 후에는 바뀔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강정호는 2014년까지 통산 902경기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을 수확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 뛰면서도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2014시즌을 마친 뒤에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강정호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빅리그 입성 첫 해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을 수확했고, 2016년에는 103경기에서 타율 0.255, 21홈런 62타점을 거뒀다.
승승장구하던 강정호가 나락으로 떨어진 건 2016년 말 국내에서 음주운전 뺑소니를 내면서부터다. 조사 과정에서 2009년, 20011년에도 음주운전을 했던 전력이 드러났다.
한국을 대표하던 메이저리거였던 그의 또 다른 모습에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반복된 ‘잘못’에 강정호도 발목이 잡혔다.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결국 공백에 따른 기량 저하를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시즌 중 피츠버그에서 방출됐다. 빅리그 재입성을 노리던 강정호는 결국 국내 복귀로 시즌을 돌렸다. 임의탈퇴 신분이던 강정호는 지난달 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했고,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1년 유기실격과 300시간 봉사활동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의 징계는 국내 구단과 계약한 후 시작된다.
강정호는 국내 복귀 시 원 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키움은 아직은 어떠한 입장도 확실히 내놓고 있지 않다. “강정호의 기자 회견을 지켜본 뒤 구단 내부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키움의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강정호와 계약 후 1년 뒤부터 기용하거나, 트레이드를 시도할 수 있다. 임의탈퇴 해제 후 방출하는 방법도 있다.
공백기가 있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강정호의 합류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정호를 품기엔 부담도 상당하다.
더욱이 키움은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다. 스폰서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만약 키움이 강정호의 보류권을 푼다고 해도 다른 팀이 영입을 위해 선뜻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음주운전 발생시 KBO 상벌위원회보다 더 강력한 자체 징계를 내리며 선수들을 단속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데다 선수들의 일탈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려 세 차례나 음주운전에 적발됐던 강정호를 받아들이기는 쉽지가 않다.
강정호는 앞서 소속사를 통해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는 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반성문은 팬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험난한 KBO리그 복귀 길을 예고하는 반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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