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김원중(27·롯데 자이언츠)은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롯데에 모처럼 등장한 강속구 클로저. 김원중의 진짜 가치는 눈에 보이는 기록이 아닌 두둑한 멘탈(정신력)이다.
2013년 롯데에 입단한 김원중은 지난해까지 100경기에 등판해 20승26패2홀드, 평균자책점(ERA) 6.23을 기록했다. 100경기 중 73경기에 선발로 나섰을 만큼 팀은 어떻게든 그를 선발로 키워내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부임한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은 김원중의 옷을 갈아입히기로 결심했다. 뒷문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 힘을 안배하는 것보다는 짧은 이닝에 전력투구하는 게 더 좋은 퍼포먼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김원중은 6일까지 12경기에서 2승4세이브, 평균자책점(ERA) 0.73으로 롯데의 뒷문을 철저히 잠그고 있다. 올해 속구 평균구속은 148.3㎞, 최고구속은 151.4㎞까지 찍혔다.
롯데는 십수 년간 육성으로 재미를 못 보고 있는 팀이다. 마무리투수는 더욱 그랬다. 2016시즌에 앞서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손승락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그 전까지는 확고한 마무리가 없었다.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임경완, 김성배, 김사율, 김승회 등이 번갈아가며 뒷문을 지켰지만, 리그 대표 마무리투수의 반열에 오르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이들은 9회 상대의 마지막 반격을 지우는 확실한 강속구 투수 유형은 아니었다. 때문에 김원중의 강속구를 두고 올드 롯데 팬들은 1994년 155㎞의 강속구로 31세이브를 기록한 고(故) 박동희까지 떠올리고 있다.
김원중은 “나는 우리 팀 최후의 보루다. 내가 고개 숙이고 주눅 들면 이기고 있어도 지는 것”이라며 “감독님이 ‘네 공 던지면 못 친다’고 조언해주신 게 힘이 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안 하고 단순하게 던지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심장을 증명한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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