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거쳐 2015년 나란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자존심 대결을 펼친 둘의 승부는 정규 라운드만으로는 부족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 이어진 연장 승부, 최종 승자는 김효주였다.
김효주가 7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에서 열린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총 상금 8억 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김세영과 연장 승부 끝에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우승 상금 1억6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3라운드까지 공동 1위를 달렸던 홍란(34·삼천리), 한진선(23·비씨카드)에 3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김효주는 전후반 18개 홀에서 7버디 2보기로 5타를 줄였다. 챔피언 조에 한 조 앞서 김세영과 함께 라운드를 하면서 서로 엎치락뒤치락 순위 싸움을 이어갔다. 18번 홀에서 김세영과 함께 나란히 버디를 기록하고, 이전까지 공동 1위였던 챔피언조의 오지현(24·KB금융그룹)이 파에 그치면서 김효주와 김세영은 똑같이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 동률을 이뤘고, 둘만의 연장 ‘진검승부’가 성사됐다.
파5(444m)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전.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김효주는 약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먼저 홀에 집에 넣으며 약 1.5m 거리에 볼을 붙인 김세영을 압박했다. 김세영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효주가 먼저 버디 퍼트에 성공했고, 부담감을 느낀 듯 김세영의 퍼트는 아쉽게 홀을 빗나갔다. 고교 2학년 때인 2012년 4월 이번 대회와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5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하며 ‘천재 소녀’로 불렸던 김효주의 KLPGA 무대 통산 11승이 완성된 순간. KLPGA 무대 우승은 2016년 12월 ‘2016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이후 3년 반 만이었다.
19살이던 2014년,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천재 소녀’는 세계 무대에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던 김효주는 이듬해 미국으로 정식 진출해 통산 3승을 수확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실크 바하마 클래식’ 우승 이후 LPGA 무대에서도 챔피언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김효주는 “오랜만의 우승이라 얼떨떨하지만,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최종 라운드 때는 매번 빨간 바지를 입으며 ‘역전 우승’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김세영은 ‘빨간 바지의 마법’을 앞세워 6년 만에 KLPGA 무대 우승을 노렸지만 평소 절친한 후배 김효주와의 우정 대결에서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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