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서 비상식적 운영으로…한화는 어디로 가고 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6월 7일 18시 39분


한화 감독 한용덕(왼쪽에서 첫번째). 스포츠동아DB
한화 감독 한용덕(왼쪽에서 첫번째). 스포츠동아DB
부진한 성적이 큰 불길로 번졌다. ‘꼴찌’ 한화 이글스의 걸음이 위태롭다.

한화의 정상화가 요원해 보인다. 정상 궤도를 되찾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단일 시즌 최다 13연패 타이기록을 떠안으면서 팀 분위기는 바닥을 찍었다. 덩달아 벤치와 구단의 움직임이 엇박자를 냈다.

한화는 6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장종훈 수석을 비롯한 1군 코치 4명을 동시에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한용덕 감독이 남아있는 4명의 코칭스태프와 경기를 치르는 파행이 빚어졌다. 시즌 중 코칭스태프 구성에 변화를 주는 일은 프로스포츠에서 보편적인 충격요법으로 통한다.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묻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작업이다.

그러나 한화가 1·2군 스태프를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1군 코칭스태프에 대거 공석을 만들어 경기를 치르는 비상식적인 장면이 연출됐고, 구단 내부 분열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이 드리워졌다.

한 감독은 7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기존 코치들의 엔트리 말소 시점에 대해 “5일 경기가 끝난 뒤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6일 경기 전 코칭스태프 말소가 결정됐다”는 구단의 설명과 엇갈렸다. 더욱이 1군의 기존 코치들은 6일 오전 모두 정상 출근한 뒤 엔트리 말소 소식을 전해 듣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현장과 프런트의 ‘불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화는 6일 NC전 종료 후 정경배 메인 타격 코치, 이양기 타격보조코치, 김해님 투수코치, 마일영 불펜코치의 1군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 구성 결정권을 가진 한 감독은 7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군 수석코치 자리를 비운 데 대해서도 “다른 의미는 없다”고만 했다. 구단도 코치 교체와 관련해서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설명은 없었다. 장종훈 전 수석코치와 김성래 타격코치는 육성군으로 이동했다. 정현석 타격보조코치와 정민태 투수코치, 1군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박정진 불펜코치는 퓨처스로 자리를 옮겼다.

당장 선수단 내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 감독이 회심의 카드로 썼던 베테랑의 복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종아리 부상을 털어낸 최진행은 5월 31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후 5경기 타율 0.308(4타점 2득점)을 기록했지만, 팀 승리를 이끄는 난세의 영웅이 되기엔 결정력이 부족했다.

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2군에서 재정비 기간을 거친 뒤 3일 1군에 돌아온 김태균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즌 타율이 0.163에 그치는 등 깊은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5.96)과 타율(0.239)도 나란히 최하위다. 실책도 25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한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빨리 돌아와야 하고, 여러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이탈한 주전 유격수 하주석은 회복 속도가 더뎌 6월 내 복귀가 어렵다. 발등 타박상으로 6일 NC전에 결장한 제라드 호잉도 8일까지 휴식을 취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궁지에 몰리다 보니 선수 운용폭도 좁아졌다. 5일 NC전서는 0-11로 크게 뒤진 9회초 고졸 2년차 유격수 노시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부상 위험이 있어 여느 팀이라면 특정 선수의 투타 겸업을 꺼리지만 한화는 노시환에게 1이닝(2실점)을 책임지게 했다. 고육지책이었다.

순위표 가장 아래까지 떨어진 한화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 팀은 내년, 내후년에도 야구를 계속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한 감독은 “비록 지금은 뒤처져 있지만 (1군에 새로 등록된 코치들에게) 미래를 보고 2군의 어린 선수들 중에 좋은 선수가 있으면 얼마든지 추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은 많지 않겠지만, 2군에서 오랫동안 선수들을 본 코치들이 올라온 만큼 변화가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전|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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