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출신 산틸리 감독 첫 공개 훈련
코치-선수들과 하이파이브-농담… 훈련땐 동작 하나하나 세밀히 지도
“유튜브 보니 V리그 수비력 좋아… 전위 조직력 강화에 힘쓸 것
난 부담감 즐겨… 목표는 우승”
백발의 감독은 오른손에 휘슬을 든 채 분주하게 코트 위를 헤집고 다녔다. 반바지 차림으로 코치들과 격의 없이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선수들에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공격에 성공한 센터 조재영(29)에게 “라이트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농담을 던지자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속공 훈련이 시작되자 이내 표정이 진지해졌다. 선수들 하나하나를 불러가며 토스의 높이, 블로킹 동작 등을 세밀하게 지도했다. V리그에서만 12시즌을 보낸 베테랑 세터 한선수(35)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8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열린 로베르토 산틸리 신임 감독(55)의 첫 훈련 현장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산틸리 감독은 V리그 남자부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세터 출신의 산틸리 감독은 호주 국가대표팀과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프로팀 등을 지도했다. 선진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고 선수단에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는 게 구단 측이 밝힌 영입 배경이었다. 대한항공은 감독과 선수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 요원도 새롭게 채용했다.
지난달 24일 입국해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이날 선수단과 첫 인사를 나눈 산틸리 감독은 “부담감이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나는 부담감을 즐긴다. 한국에 온 것 자체가 나에게 도전”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탈리아 출신의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여자부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디우프의 조언도 좋은 참고가 됐다.
자가 격리 기간에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살펴온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 선수들은 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대한항공이라는) 훌륭한 수프에 나는 팀 기술이라는 소스만 조금 추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터 한선수, 레프트 정지석(25) 등이 버티는 대한항공은 새 시즌에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V리그에 대한 인상을 묻자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봤는데 톱10 영상 중 6개가 리베로의 허슬 플레이였을 정도로 수비력이 뛰어났다. 수비력이 좋은 만큼 블로킹 라인 등 전위의 조직력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장 한선수는 “선수들도 기대하는 부분이 많다. 오늘 감독님이 오셔서 ‘연습은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즐거움 속에서 집중력이 나오는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도 명확히 했다. 산틸리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우승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 승리라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산틸리 감독은 다른 팀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틸리 감독 선임 소식을 접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최근 “유럽의 선진 시스템을 어떻게 V리그에 적용할지 궁금하다. 새 시즌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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