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을 바꾸고 주축 선수 10명을 1군에서 말소했다. 여기에 외국인 에이스까지 출격했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한화 이글스는 이제 팀 역사를 넘어 KBO리그 신기록을 향해 가고 있다.
한화는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9로 무참히 깨졌다. 팀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믿을 만한 선발투수인 워윅 서폴드마저 5이닝 13안타 1홈런 7실점으로 무너져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5월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부터 이어진 연패 숫자를 ‘15’까지 늘렸다. 역대 최다연패 공동 5위(1993년 태평양 돌핀스)의 불명예다. 역대 최장인 18연패(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까지는 불과 3경기 남았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사퇴한 다음날인 8일 최원호 퓨처스(2군) 팀 감독을 대행으로 앉혔다. 최 감독대행의 첫 행보는 1군 주축 선수 10명의 엔트리 말소였다. 자신이 2군에서 지켜본 선수들로 그 자리를 가득 채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근다’고 하지만, 지나친 물갈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조치다.
급진적 개혁에 대한 염려 속에서도 결단을 내렸으니 일단 연패부터 끊어야 했다. 그러나 9일 경기 시작 전부터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14연패로 인한 최악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최 대행은 6선발체제 가동, 마무리 정우람의 2이닝 기용 등 자신의 계획을 소상히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선수 10명을 내렸는데 사실 모두 다 내릴까도 생각했다. 고참들과 미팅에서 ‘100연패는 안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언젠간 이길 것이다. 과정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39년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연패 기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황인 데다, 소방수 역할을 맡았음에도 최 대행은 짐짓 여유를 부렸다. 라인업에도 이날 정식선수로 전환된 박정현과 최인호를 2·3번 타순에 차례로 배치했고, 4번타자 자리에는 고졸 2년차 노시환을 투입했다. ‘4번타자 노시환’은 데뷔 후 처음이다. 투타 모두 붕괴된 한화에서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낼 확률은 서폴드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에 수비, 그리고 공격에서 부담을 너무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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