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한화 이글스를 살릴 수 있을까. KBO리그를 풍미했던 전설도, 팀의 역사를 함께한 ‘프랜차이즈 레전드’도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스카우트부터 육성까지 프런트의 역할이 십수 년째 땜질 수준인데 책임은 모두 감독만 졌다.
KBO리그 명예의 전당이 건립돼 감독 부문 입회자를 추려야 한다면 최근 한화의 사령탑 계보를 살펴보는 편이 가장 빠르다. 3차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국민감독’ 김인식(2005~2009년)을 시작으로 김응용(2013~2014년), 김성근(2015~2017년)이 모두 한화를 거쳤지만 이 기간 포스트시즌 진출은 2005년과 2007년뿐이다. 프로 초창기부터 야구팬들에게 다양한 스토리를 안겨줬던 세 명의 명장 ‘3김’도 한화의 암흑기를 청산하진 못했다.
그러자 한화가 꺼내든 카드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한용덕 감독이었다. 1988년 배팅볼 투수로 입단해 2004년 은퇴할 때까지 120승을 거두며 ‘연습생 신화’를 쓴 정통 이글스 맨이다. 한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8년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무대에 올려놓았지만 지난해 9위, 올해 14연패를 막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
KBO리그 역사를 쓴 3명의 명장부터 팀을 뿌리부터 알고 있는 레전드까지 모두 실패한 이유는 뭘까. 프로구단을 지탱하는 2개의 축, 스카우트와 육성이 전혀 안 되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가 지명한 선수들이 합작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21.2다.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12.9)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고, 2015년부터 1군에 합류한 KT 위즈(25.2)보다는 떨어진다. 1위 두산 베어스(129.3)에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롯데가 같은 기간 6차례 가을야구에 나가 지명순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0년대 최악의 신인지명권 행사 팀은 단연 한화다.
물론 지명순위가 프로에서 좋은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육성이 중요한데, 한화는 여기서도 약점을 드러냈다.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부터 지난해 프리미어12까지 최근 5개 국제대회 대표선수 배출 현황을 살펴봐도 한화는 7명으로 KT와 더불어 가장 적다. 1위 두산(32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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