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32·사진)은 경남 창원 토월중 3학년이던 2003년 학교를 중퇴하고 안양LG(현 서울)에 입단했다. ‘블루 드래건’ 이청용(울산)이 동갑내기이자 입단 동기다. 유망주로 주목받아 일찌감치 프로 팀에 뛰어들었다. 한 팀에서 16년을 뛴 고요한은 선수단과 프런트를 통틀어 가장 오래 서울을 지켰다. 18세 때인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15시즌째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성남에서만 13시즌을 뛰어 ‘원 클럽 맨’ 레전드로 불리는 신태용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감독(50)보다 2시즌을 더 뛰었다. 15시즌 동안 줄곧 한 팀에서 뛴 선수는 K리그에서 고요한이 유일하다.
고요한은 6일 K리그1 5라운드 전북전에 출전해 통산 400경기를 치렀다. K리그 정규리그 322경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55경기, 축구협회(FA)컵 23경기 등이다. 데뷔 이래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서울 팬들의 곁을 지킨 고요한은 K리그 우승 3회(2010, 2012, 2016년), 컵 대회 우승(2006, 2010년), FA컵 우승(2015년), ACL 준우승(2013년) 등 영광의 순간을 누렸다. 2018년 7월부터는 주장을 맡고 있다. 서울에서 3시즌 연속 주장을 맡은 것은 고요한이 처음이다. K리그 통산 공격 기록은 32골 25도움으로, 5도움을 더하면 서울 선수로는 역대 네 번째로 30(골)-30(도움) 클럽에 가입한다.
고요한은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다. 키 170cm로 작은 체격이지만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활동량이 장점이다. 서울에서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팀 사정에 따라 빈 포지션이 생기면 마다하지 않고 궂은일을 도맡았다. 서울 팬들 사이에서는 ‘고요한의 포지션이 자주 바뀌는 시즌에는 팀 성적이 나쁘다’는 속설이 돌기도 한다. 중앙미드필더와 윙백을 주로 맡았지만 필요에 따라 윙포워드,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측면 포지션에서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3라운드 포항전에서 박주영(35)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16년간 팀 내 포지션과 입지가 변화하면서 등번호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신인 시절 47번을 시작으로 32→15→18→21→7→21번순으로 바뀌다 2014년부터는 13번을 달고 뛰고 있다. 그동안 사용한 등번호만 7개다.
지난해 12월 무릎 수술을 받은 고요한은 개막전 복귀가 불투명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늦춰지면서 리그 개막과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고요한은 14일 대구와의 방문경기에 출전하면 신태용 감독의 단일 구단 최다 출전 기록(401경기)과 타이를 이룬다. ‘서울 레전드’인 고요한이 어느덧 K리그의 레전드가 되고 있다.
고요한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팀에서 이적 없이 400경기라는 기록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영광이다. 앞으로도 누구도 깨지 못할 기록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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