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흥국생명 돌아온 배구여제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 최고 컨디션으로 준비 위해 결심
해외 리그서 뛰며 프로정신 배워… 팀 우승 위해 열심히 준비할 것
외국인 선발, 자율계약으로 했으면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김연경(32)은 단상 위에서 보란 듯 여러 포즈를 취했다.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도 긴장한 기색 없이 도리어 취재진에게 원하는 포즈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뒤로 돌아서는 양손 엄지로 자신의 백넘버(10)를 가리켰다. 11년 만에 흥국생명에 복귀한 김연경은 “지금이라도 코트에 들어가서 경기하고 싶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V리그로 돌아왔다.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호텔에서 김연경의 흥국생명 입단식이 열렸다. 2005∼2006시즌부터 흥국생명에서 4시즌을 뛰었던 김연경은 이후 일본, 터키, 중국 무대 등을 거쳐 11년 만에 다시 친정팀에 돌아왔다. 과거 흥국생명에서 달았던 10번을 그대로 달았다. 박미희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은 축하 꽃다발로 복귀를 반겼다.
터키, 중국 팀의 러브 콜을 받기도 했던 김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리그가 재개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년 (도쿄) 올림픽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샐러리캡 제도에서 후배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단이 제시한 최대 연봉(6억5000만 원)보다 적은 3억5000만 원(1년)에 도장을 찍은 김연경은 “금전적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경기력”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복귀로 전력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스포츠라는 게 쉽지 않다. 무실세트 우승, 전승 우승이라는 게 말로는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리그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에 우리도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주축 멤버인 레프트 이재영, 세터 이다영(이상 24) 쌍둥이 자매와 팀에서도 한솥밥을 먹게 된 김연경은 “같은 팀에서 뛰며 호흡을 맞추는 데 장점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내년에 올림픽도 열리지만 우선 올 시즌 팀의 우승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해외 리그에서 뛰면서 프로정신과 책임감을 배웠다는 김연경은 V리그의 발전을 위한 자신의 아이디어도 내놨다. 특히 현재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으로 진행되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대해 “자율계약으로 바뀌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서 한국 배구 수준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할 만한 외국인 선수로 과거 터키 페네르바흐체, 에즈자즈바시으에서 같이 뛰었던 레프트 나탈리아 페레이라(31·브라질)를 꼽기도 했다.
21세에 국내 무대를 떠나 32세에 다시 돌아오게 된 김연경은 “그동안은 한국에 쉬러 들어왔었는데 이제 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짐이 늘고 있다. 집도 사람 사는 분위기가 됐고 여유도 생겼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때 첫 월급으로 부모님의 속옷을 사드렸었다는 그는 “이번엔 월급을 받으면 나 자신을 위한 고급 가방을 살 생각”이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30대 중반을 앞둔 만큼 체력적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아직 만으로 서른두 살이라 몸 상태는 괜찮다. 비시즌 휴식도 많이 취한 만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김연경은 다음 달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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