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두산과 LG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03년 이후 꼭 두 팀이 어린이날 맞대결을 벌이도록 일정을 짜는 걸 보면 말이다. 어린이날은 보통 그해 가장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 날이다. 하지만 팬들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두산 팬들은 LG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지난해 8∼12월 프로야구 팬 1만4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내용 가운데 ‘응원팀의 라이벌 팀은 어느 팀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들어 있었다. 조사 참가자는 라이벌 팀을 복수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이 협회는 이 조사 결과를 종합해 지난달 ‘2019년 프로 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팀별 라이벌을 3위까지 공개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LG 팬 가운데 69.7%가 두산을 라이벌로 지목했다. LG 팬들이 라이벌로 가장 많이 꼽은 팀이 두산이었다. 반면 두산 팬 가운데 LG를 라이벌로 꼽은 건 15.2%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만 그랬던 게 아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2018년에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때도 LG 팬 가운데 65.7%가 두산을 라이벌로 꼽았지만 두산 팬 가운데서는 19.7%만 LG를 라이벌로 꼽았다.
올해 두산 팬이 라이벌로 가장 많이 지목한 건 SK(70.2%)였고 SK 팬도 두산을 라이벌로 꼽은 비율(70.7%)이 제일 높았다. 각 팀 팬 70% 이상이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관계는 두산과 SK뿐이었다. 2018년 조사 때도 두 팀이 서로에 라이벌 순위 1위였다. 두 팀은 2007, 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는데 두 번 모두 SK가 이겼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두산은 ‘공공의 적’에 가깝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 가운데 7개 팀 팬이 두산을 라이벌 순위 3위 안에 꼽았다. KIA가 다섯 개 팀 팬으로부터 선택을 받아 그다음이었다. 이어 롯데와 SK가 각각 네 팀 팬으로부터 선택을 받아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화는 그 어떤 팀 팬으로부터도 3순위 안에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 조사는 한화가 9위를 차지한 지난해 진행했는데도 그랬다.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나머지 9개 팀 팬이 한화를 자기 응원팀과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다음으로는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가 딱 한 팀 NC 팬 20.1%로부터 선택을 받아 9위에 자리했다. NC는 신생 KT와 부산경남을 같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롯데 팬이 라이벌로 꼽았다. LG도 같은 서울 두 팀(두산, 키움) 팬으로부터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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