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캡틴’ 이상민 “K리그 안방 경기서, 정 감독에 승리 안겨주고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1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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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서울 이랜드 구단은 시즌 개막 후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정용 감독(51)에게 전달하지 못한 선물이 있다. 올 시즌부터 이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정 감독이 ‘K리그 안방 경기 첫승’을 거뒀을 때 선물하기 위해 준비한 꽃다발이다.

이랜드는 개막 후 4경기(3무 1패) 동안 승리가 없었다. 안방에서 열린 3경기 성적은 2무 1패. 이 때문에 선물하지 못한 꽃다발을 구단 직원 등이 가져가는 일이 반복됐다. 이랜드는 지난달 31일 아산과의 경기에서 마침내 시즌 첫승을 신고했지만 방문 경기였기 때문에 꽃다발 전달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13일 이랜드가 안방인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과 맞붙는 가운데 이번에는 반드시 정 감독에게 꽃다발을 안기고 싶다는 선수가 있다. 이랜드의 중앙 수비수 이상민(22)이다. 최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오랜 인연이 있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정 감독님께 많은 승리를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도쿄 올림픽 최종예선·한국 우승)에서 ‘김학범호’의 주장이었던 이상민은 올 시즌에 임대로 이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원 소속팀인 K리그1(1부 리그) 울산에는 정승현(26), 윤영선(32) 등 국가대표팀(A대표팀) 출신 수비수들이 버티고 있어 출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경기 출전을 위해 2부 리그로 향했다. 이상민은 “울산에 있었다면 1부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었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발탁되기 위해서도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랜드의 사령탑이 정 감독이라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20세 이하 폴란드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정 감독은 올 시즌부터 이랜드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06년부터 대부분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2014년에 1년간 프로축구 대구 수석코치로 활동 후 전임지도자 복귀)한 정 감독은 이상민이 유소년 선수일 때부터 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상민은 “정 감독님이 14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이실 때 나를 대표팀에 불러주셨다. 그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수비수의 커버플레이와 일대일 방어 등 기본을 강조하는 감독님의 축구 철학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빠르게 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수비수인 이상민은 팀의 에이스 공격수나 플레이메이커가 주로 사용하는 등번호 7번을 달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정 감독이 직접 이상민에게 달아준 등번호다. 정 감독은 “기존 선수들 중에 아무도 7번을 신청하지 않아 상민이에게 줬다”면서도 “상민이에게 7번을 주면서 ‘본업(수비)을 벗어나 공격에 집중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상민이가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어린 나이에도 수비 라인을 잘 이끌어 주고 있는 그가 부상 없이 시즌 전 경기 출장을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6경기에서 71골을 내주는 빈약한 수비로 2부 리그 최하위(10위)에 그쳤던 이랜드는 올 시즌 정 감독의 지도 아래 수비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는 11일 현재 5경기에서 5골을 내줘 2부 리그 최소 실점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빈약한 공격력(올시즌 총득점 4골)에도 이랜드(7위·1승 3무 1패)가 단 한번 밖에 패하지 않은 이유는 끈끈한 수비에 있다.

이상민은 정 감독의 두터운 신임 아래 리그 전 경기(5경기)에 출전해 수비를 이끌고 있다. 수비 라인 조율에 능한 그는 경기 중에 선배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이상민은 “‘그라운드 위에서는 선후배가 없다’는 말도 있다. 반말은 당연하고 필요하면 욕도 할 수 있다. 형들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내 요구를) 잘 받아준다”고 말했다.

13일 맞붙게 되는 대전(2위)은 2부 리그 우승 후보로 불리는 강팀으로 다득점 순위 2위(10골)에 올라 있다. 정 감독의 K리그 안방 첫승을 위해서는 이상민을 중심으로 한 이랜드 수비진이 ‘짠물 수비’를 보여줘야 한다. 이상민은 “대전이 강팀이지만 자신 있게 그리고 즐겁게 상대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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