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으로 맞선 9회말 2사 2, 3루. 한화 좌타자 노태형이 툭 밀어 친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갈랐고 3루 주자 이용규는 홈을 밟았다. 한화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다. 한화가 악몽과도 같았던 18연패의 사슬을 끊는 순간이었다.
한화는 14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의 안방경기에서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1박 2일의 사투 끝에 7-6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화는 지난달 22일(NC전 5-3 승) 이후 23일 만에 달콤한 승리를 맛봤다.
한화가 이날도 패했다면 아시아 프로야구 최다 연패 신기록을 세우는 수모를 겪을 뻔했다. KBO리그에서는 1985년 삼미가, 일본에서는 1998년 지바 롯데가 각각 18연패를 기록했다.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날린 노태형은 “마지막 타석에 섰을 때 야구 선수로서 팬들에게 기억되는 선수가 되자는 마음을 먹었다. 꿈꿔온 순간이 현실로 다가온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인 104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노태형은 이번 시즌 최저 연봉인 2700만 원을 받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끝 모를 추락으로 “재난지원점수 3점을 주고 시작해야 한다” 등 조롱에 시달리던 한화 더그아웃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무관중 경기 속에 야구장 오른쪽 뒤편 먼 곳(보문산 전망대)에서 주황색 대형 깃발을 흔들던 한화 팬들은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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