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18연패에선 벗어났다. KBO리그 최다연패 신기록의 불명예를 쓰는 일만은 피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산적한 편이다. 14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연패를 끊은 한화 이글스는 최악의 상황을 딛고 반등할 수 있을까.
● 2010년 KIA의 교훈
15연패 이상의 ‘초장기 연패’를 기록했던 가장 가까운 사례를 참고해보자. 2010년 6월 18일부터 7월 8일까지 16연패를 당하며 단숨에 추락한 KIA 타이거즈가 좋은 예다. 16연패를 당하고도 최종 5위(59승74패)로 시즌을 마쳤는데, 연패에 따른 데미지는 상당했다. 연패 직전까지도 4연승을 달리는 등 3위(34승31패)를 질주했지만, 16연패 직후 6위(35승47패)까지 추락했다.
16연패 뒤에는 25승27패로 5할 가까운 승률(0.481)을 올리며 나름 선전했지만, 최종적으로 4위 롯데 자이언츠와 격차는 10경기에 달했다. 16연패로 까먹은 승패의 마진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은 셈이다. 게다가 16연패 직후 잔여경기가 52게임에 불과해 전력을 재정비하고 추격할 시간조차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로 16연패를 탈출한 직후에는 포스트시즌(PS) 진출의 마지노선이었던 4위 롯데(40승2무40패)와 게임차가 5경기로 생각만큼 크진 않아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연패 기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선수들이 기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장기 연패가 시즌 전체 레이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 2020년 한화, 10년 전 KIA와 무엇이 같고 다를까?
15일 현재 한화의 잔여경기는 108게임이다. 성적은 9승27패로 5위 KIA 타이거즈(19승17패)와 간격이 10경기차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향후 극적인 반등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 야구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16연패 직후 잔여경기가 52경기에 불과했던 10년 전 KIA의 상황이 더 나빴다고 볼 수 있지만, 그해에는 연패 기간에 중위권 경쟁을 하던 LG 트윈스(7승10패)와 롯데(8승7패)도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은 덕분(?)에 게임차가 엄청나게 벌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한화로선 4위 키움 히어로즈(20승16패)부터 7위 삼성 라이온즈(17승19패)까지 4개 팀의 상승세가 워낙 뚜렷해 중위권으로 올라가는 것이 더더욱 버거운 형편이다. 일단 3.5게임차 9위 SK 와이번스(12승23패), 4.5게임차 8위 KT 위즈(13승22패)부터 넘어서는 것이 우선이다. 연패를 끊은 안도감에 취할 때가 아니다.
지금의 페이스로 승수를 쌓는다면 144경기를 마쳤을 때는 36승108패(승률 0.250)다. KBO리그 최초 한 시즌 100패의 불명예를 피하려면 결국 구단 차원의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프런트가 현장 스태프와 선수들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15년 신생팀 KT가 5월까지 10승42패(승률 0.192)로 무너졌다가 6월부터 8월까지 33승33패로 선전하며 반등했던 것이 좋은 본보기다. 최원호 감독대행과 주장 이용규가 밝힌 “납득이 가는” 최소한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