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들 60경기 제안에 선수노조 70경기 역제안
연봉 14억8000만달러 vs 17억3000만달러 '차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된 메이저리그(MLB) 개막을 두고 구단들과 선수노조가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MLB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 3월 중순 한창 진행 중이던 시범경기를 중단했다. 3월27일로 예정했던 정규시즌 개막도 미뤘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MLB는 정규시즌 개막을 추진했다. 당초 목표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이 있는 주에 정규시즌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MLB 구단들과 선수노조가 연봉 지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7월초 개막이 무산됐다.
양 측이 좀처럼 합의에 다다르지 못해 MLB는 아직도 개막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3월말 MLB 구단들과 선수노조는 5월까지 1억7000만달러를 선지급금으로 보장하고,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적인 타격을 입은 구단들은 선수들이 고통을 분담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MLB 구단주들은 지난 5월 사무국이 제시한 7월 개막안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정규시즌을 팀당 82경기로 치르는 방안이 포함됐다.
3월말 합의한 방안에 따르면서 팀당 82경기만 치를 경우 선수들은 원래 연봉의 절반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MLB 구단주들이 승인한 7월 개막안에는 올해 구단 수입의 절반을 선수들의 연봉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선수노조는 “사실상의 샐러리캡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선수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MLB 구단들은 5월말 연봉 차등 삭감안을 들고 나왔다. 고액을 받는 선수들의 연봉을 더 큰 폭으로 깎고, 적은 돈을 받는 선수의 연봉은 적게 삭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연봉이 3600만달러(약 445억7000만원)인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게릿 콜(뉴욕 양키스)은 연봉이 77%나 깎인다.
선수들의 반발은 거셌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셔저는 “더 이상 연봉 삭감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구단들의 연봉 차등 삭감안을 두고 고심하던 선수노조는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받으면서 정규시즌 팀당 경기 수를 82경기에서 114경기로 늘리는 방식을 역제안했다.
114경기는 원래 정규시즌 경기 수(162경기)의 70.3%다.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받는다면 선수들도 자신들의 연봉의 70%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MLB 사무국은 선수노조의 팀당 114경기 방안을 거절했다.
토니 클라크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이달 5일 성명을 발표하고 연봉 추가 삭감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MLB 구단주들은 선수노조의 주장대로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지급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다만 경기 수를 대폭 축소하려 했다. 팀당 48경기의 ‘초미니 시즌’을 검토했던 MLB 구단주들은 한 발 물러나 팀당 67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선수노조는 팀당 89경기를 치르자며 맞섰다.
이달 13일 MLB 사무국 측은 89경기보다 17경기가 줄어든 팀당 72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선수노조의 주장대로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수 비례 연봉의 80%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와 클라크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직접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모두 지급하되 팀당 60경기씩을 치르자는 제안을 내놨다.
또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종전 10개에서 16개로 늘리자고 했다. 무관중 경기로 관중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방송 중계권 판매로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나는 팀들이 전진하길 원하고 있고, 클라크 역시 뜻을 같이 할 것으로 믿는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수노조는 바로 다음날인 19일 팀당 70경기를 치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방안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올해 포스트시즌이 정상 개최될 경우 5000만달러의 수익을 공유하고, 2021년 포스트시즌 중계 수익의 절반을 분배해달라는 요구가 포함됐다.
MLB 구단들은 선수노조가 또 다른 역제안을 내놓자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현지에서는 MLB 구단주들이 선수노조의 70경기 제안을 거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경기 차이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 또한 ‘돈’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18일 제안한 대로 팀당 60경기를 치르면 선수들의 연봉은 총 14억8000만달러다. 선수노조의 제안대로 70경기를 소화하면 총 연봉은 17억3000만달러가 된다.
또 MLB 사무국은 포스트시즌 보너스 2500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선수노조는 5000만달러를 받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양 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 개막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MLB 구단들과 선수노조는 일단 7월20일 개막하자는데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7월20일에 개막하려면 6월말 스프링캠프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조금씩 타협점을 찾고 있는 만큼 양 측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USA 투데이는 “MLB 사무국은 양 측의 격차를 해소할 다른 제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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