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은 한화 이글스전 5회초 박용택의 대주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2루를 훔친 손호영은 7회 선두타자로 나서 박상원에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8회에는 깔끔한 중전 안타로 타점까지 신고했다. 최종 기록은 2타수 2안타 1타점 2도루. 안타, 타점, 도루 모두 KBO리그 첫 기록이다.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만난 손호영은 전날 경기에 대해 “무작정 안타를 치고 싶었고, 출루하면 뛰고 싶었다. 생각대로 돼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첫 안타 상황을 두고는 “좋은 타이밍에 치자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앞에서 걸렸다. 구종은 노리지 않고 타이밍만 생각했다”고 했다.
안양 충훈고 출신의 손호영은 홍익대 1학년 당시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로 활동하던 성민규 현 롯데 자이언츠 단장의 눈에 띄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웠으나 빅리그 입성은 쉽지 않았다. 4번째 스프링캠프 직후인 2017년 봄 방출 통보를 받은 손호영은 국내로 돌아와 군복무에 임했다. 전역 후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재기를 준비하던 중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LG에 지명돼 KBO리그의 일원이 됐다.
손호영은 “(미국 생활은) 소중하고 보람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이 심하니 플레이 하나하나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류중일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손호영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직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는 신인 선수에게는 이례적으로 일대일 지도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손호영은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앞에 계셔서 내색은 못했다. 이 악물고 버텼다”면서 “하나라도 더 들어야 좋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떠올렸다.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가 3일 만에 말소된 손호영은 주전 3루수 김민성의 부상과 맞물려 지난 16일 다시 호출을 받았다. 첫 안타와 도루로 눈도장을 찍은 손호영은 이날 두산전에 9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또 한 번 찾아온 기회다. 손호영은 “1군에 올 때마다 긴장된다. 들어올 때부터 특유의 ‘잠실 냄새’가 난다”고 너스레를 떤 뒤 “난 백업이라 항상 잘해야 한다. 민성이형이 돌아올 때까지 형의 100%는 아니더라도 70%는 메우고 싶다”고 희망했다.
류 감독은 손호영이 기술을 좀 더 쌓으면 수준급의 내야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까지 간 친구라 기대를 했는데 스프링캠프 때 보니 기본기가 조금 떨어졌다. 한 번 손을 대니 계속 하게 됐다”면서도 “손호영을 보면 SK 시절 모창민이 생각난다. 몸도 비슷하고 포지션도 같다. 앞으로 잘한다면 창민이 정도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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