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 ‘슈퍼레이스’를 만나는 관문은 첩첩산중이었다. 입구 너머로 나지막이 들리는 레이싱카 엔진 배기음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마음이 다급해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탓에 까다로운 통과 절차를 밟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슈퍼레이스가 지난 시즌 최종전(2019년 10월 27일)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올해 개막전은 애초 4월 25~26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나 연기되다 마침내 이날 시작을 알렸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결국 일반 관중은 받지 못했다.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여전하고 전 국가적인 노력이 모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관람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만큼 대회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한 방역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개막전은 바이러스 불안감으로 인해 대회 자체가 위축됐지만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우선 대회 최고 클래스인 슈퍼6000 부문 경주차 외관이 바뀌었다. 지난 2016년 캐딜락 ATS-V 이후 4년 만에 도요타 대표 스포츠카인 ‘GR 수프라’로 교체된 것. 슈퍼6000 머신에는 양산차량 외관 디자인을 적용해 강화 플라스틱 등 가벼운 소재로 제작한 카울을 입힌다.
슈퍼6000은 지난 2008년 첫 레이스 당시 국산 스포츠카인 스피라를 최초의 바디로 정했다. 이후 캐딜락 CTS(2009년)와 제네시스(2012년), 캐딜락 ATS-V(2016년)로 변화를 거쳤다.
올해 슈퍼6000에는 수프라 카울이 장착된 23대 머신이 서킷을 누비는 장관이 연출됐다. 수프라는 지난 2002년 이후로 생산이 중단됐다가 17년 만에 재탄생한 모델이다. 지난해부터는 나스카(전미스톡카경주협회)에 출전하는 차량 외관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올 시즌 새로운 바디로 변경되면서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6000 100번째 우승자 탄생도 관심사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 김종겸(아트라스 BX)은 이날 개막전에서도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특히 이번 개막전 우승을 일궈내며 역대 100번째 레이스 우승자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올해 개막전은 2007년 시작된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14번째 시즌을 맞아 역대 100번째 레이스로 치러졌다.
예선 1위의 기록으로 결선 경기 가장 앞쪽에서 출발한 김종겸은 줄 곧 선두를 놓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발과 함께 자리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그는 초반 같은 팀 조항우 선수와 부딛히는 사고가 있었지만 이후 별다른 견제 없이 예선과 결선 동반 1위 ‘폴투윈’으로 완벽한 개막전을 만들었다.
타이어 대결도 볼만했다. 슈퍼6000에서는 국내 양대 타이어 회사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매년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슈퍼6000은 배기량 6200cc 8기통 고출력 스톡카 경주로 430마력, 최고시속 300km를 낸다. 이 때문에 타이어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고출력에 초고속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타이어 접지력과 내구성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데 중요한 요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7년부터 3년 연속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종합우승자를 배출하며 독주체제를 굳혀왔다. 올 시즌 역시 한국타이어 우세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이날 슈퍼6000에서 한국타이어를 장착해 우승한 김종겸 선수는 서킷 18랩을 도는 내내 1바퀴(5.615km) 평균 2분15초대를 주파하며 뒤따르던 정의철(엑스타레이싱·금호타이어)과 4~5초 격차를 꾸준히 유지했다. 1바퀴 베스트랩은 2분14초109로 출전 차량 가운데 가장 빨랐다. 금호타이어도 가능성을 엿봤다. 슈퍼6000 개막전 상위 5위권 중 2·4·5위를 배출하며 대회 2라운드 경쟁을 예고했다.
2020 슈퍼레이스 슈퍼6000 두 번째 경기는 같은 장소에서 오는 21일 오후 3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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