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KT위즈파크 도보 5분 거리의 아파트, 강백호(21·KT 위즈)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곳은 꽤 자주 한국야구 미래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베이징 키즈’는 그라운드 위에서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치지만, 유니폼을 벗는 순간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 백호네 사랑방에 모이는 한국야구의 미래들
“셋이 합쳐 삼겹살 두 근, 소고기 세 근 정도…?”
20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KT 위즈전이 끝난 뒤 한동희(21)와 서준원(20·이상 롯데)은 강백호의 집으로 향했다. 수원 원정을 올 때마다 루틴처럼 들르는 곳이다. 강백호의 어머니가 직접 차려주는 따뜻한 집밥을 먹으며 여독을 푼다. 서준원은 “집밥을 못 챙겨먹는 경우가 많은데,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백호 형 집밥이 더 좋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일에는 셋이서 고기 다섯 근을 해치웠다. 강백호는 “(서)준원이가 정말 많이 먹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강백호 사랑방’의 원칙 하나. 그날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꺼내지 않는다. 이들에게 야구는 일이다. 일 얘기로 집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기 싫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그 대신 고교시절 맞대결과 청소년대표팀 시절의 추억담이 주로 주제가 된다.
비단 이들뿐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노시환(20·한화 이글스), 김기훈(20·KIA 타이거즈) 등 강백호 또래 선수들은 사랑방을 한 번씩 찾았다. 동기인 김민(KT)은 데뷔 첫 선발등판 전날 강백호의 집에서 잠을 청한 바 있다. 당시 강백호는 “좋은 기를 받아서 그렇다”고 생색(?)을 내며 첫 승까지 신고한 김민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올해 입단한 신인 강현우(19·KT)도 종종 사랑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같은 강씨라 그런지 잘 챙겨준다”는 말에는 선배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있다.
● 소년야구만화, 일상이 되다!
프로 동기들은 아마추어 시절 전국대회에서 자주 맞대결을 펼치고, 국제대회에서 한 팀으로 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소속팀은 달라도 안면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베이징 키즈는 조금 특별하다. 소셜미디어(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매일 같이 일상적 대화를 나눈다. 이들이 SNS 댓글을 통해 서로를 ‘디스(?)’하는 풍경도 팬들에게는 익숙하다.
그라운드 안에선 서로가 라이벌이고 경쟁 상대지만, 밖에선 20대 초반의 또래들일 뿐이다. 상대방을 보며 긍정적 자극을 받아 성장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소년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베이징 키즈에게는 일상이다.
대표적 사례가 강백호와 서준원이다. 지난해 입단한 서준원은 강백호에게 8타수 6안타(1홈런)를 내줬다. 프로 데뷔 전부터 “백호 형을 잡고 싶다”는 목표를 밝혀왔지만, 철저히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 첫 맞대결에선 3타수 1안타로 선방했다. 서준원은 “지고 싶지 않다는 승부욕이 드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재밌는 승부가 될 것 같다’는 설렘도 있다”며 긍정적 시너지에 대해 설명했다.
“프로야구선수지만 또 한편으로는 친한 형, 동생 사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 지내고 싶다.” 베이징 키즈의 바람이다. 이들의 소망이 이뤄진다면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의 마음도 한결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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