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활용한 팀이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줘야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허삼영 삼성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효율적 운영을 하고자 고심한다. 42경기를 치르는 동안 41개의 각기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온 이유다.
외야수 박승규 등 애초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스타까지 등장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단 한 경기라도 1군 무대를 밟은 야수는 총 24명에 달한다. 일단 1군에 올리면 어떻게든 기회를 부여하고, 선수 스스로 결과를 납득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러 명 있다는 장점을 극대화해 체력을 관리한다. 주전 야수들 중 이원석은 2개(1루수·3루수), 타일러 살라디노는 4개(1루수·유격수·3루수·좌익수)의 포지션을 소화한다. 이를 통해 백업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피로가 누적된 주전들에게는 휴식을 줄 수 있다.
내야 유틸리티맨 이성규와 김지찬도 외야를 포함해 4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어디든 공백이 생기면 주저 없이 투입할 수 있다. 박계범은 내야, 박승규와 박찬도는 외야 전 포지션을 맡는다. 단순히 끼워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든 기본능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
선수들이 능력을 보여주면, 이를 극대화하는 것은 감독의 역할 중 하나다. 허 감독은 이 같은 측면에서 초보 사령탑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타 기용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삼성의 대타 성공률은 0.321(53타수 17안타)로 1위다. 만루 기회에서 고졸 신인 김지찬을 대타로 내보낼 정도의 과감한 선택에도 확실한 기준이 있다.
허 감독은 “수비 위치와 득점 효율성, 상대 투수와 매치업, 컨디션 등 여러 요소를 본다”며 “지금은 승부할 때가 아니다. 80경기를 치른 이후 장마철이 지나면 체력 싸움이다. 지금부터 선수들을 점검하고 지속성을 봐야 한다. 로테이션이 없으면 힘든 레이스가 된다고 판단했다. 지금도 진행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