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스타가 가득한 전통의 강호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그 자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 얼굴, 새 팀이 채웠다. 올해 황금사자기는 새 얼굴들의 쇼케이스 무대가 됐다.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이 22일 마무리됐다. 결승 매치업은 메이저 전국대회 우승이 없던 강릉고와 김해고의 맞대결이었다.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결승전만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번 대회 내내 고교야구 전통의 강팀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대회 첫날인 11일 대구 상원고가 인상고에 패한 것을 시작으로 12일 야탑고, 13일 경남고, 경북고, 14일 충암고가 나란히 32강전에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KBO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쏠리던 선수들도 자신의 기량을 펼칠 기회를 자연스레 놓쳤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유력 후보인 강릉고 김진욱(18)만이 빛났을 뿐이다. KIA 타이거즈의 1차지명 후보로 꼽히는 광주일고 이의리(18)는 1회전서 김진욱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지만 5.2이닝 5실점으로 팀의 0-5 패배와 함께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이밖에도 충암고 강효종, 부산고 정민규, 상원고 이승현(이상 18) 등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도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대회를 지켜본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대부분의 학교들은 해외동계훈련을 떠나는 추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조기 귀국한 학교까지 나왔다. 자연히 귀국 후에도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투수들의 구속이 지난해 대비 3~4㎞씩 줄면서 벤치의 계산이 꼬이는 경우가 즐비했다.
가진 조건이 비슷해지니 내실을 착실히 다진 팀이 성적을 낼 수밖에 없었다. 태부족한 선수층으로도 16강 진출에 성공한 경주고가 대표적 사례다. 대구·경북 지역의 유망주들은 대부분 경북고, 상원고, 대구고에 진학한다. 경주고는 상대적으로 중학교 시절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들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김용국 감독이 부임 2년 만에 탄탄한 전력을 만들며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지웠다.
강팀이 마냥 강팀이고, 스타가 마냥 스타인 스포츠는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빅네임이 빠진 자리는 새 얼굴과 새 팀이 채웠다. 대전고 김성용(18)은 목동구장에서만 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김해고 황민서(18)는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을 연상시키는 빠른 발과 중장거리 타구로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경기상고 전영준(18)도 4경기서 1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제로’의 역투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회 내내 김진욱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가장 뜨거웠지만, 그 외에도 빛난 선수는 여럿 있었다. 빅네임은 없었지만 이번 황금사자기가 의미를 남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