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팀 불펜 평균자책점(ERA)이 7.58(9위)에 달했다. 불방망이를 앞세워 이 약점을 상쇄했지만, 타선에 사이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까지 불펜의 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특히 6월 들어 주축 타자들이 대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마운드의 안정화 없이는 순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듯했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 류지혁을 KIA 타이거즈에 내주고 우완투수 홍건희(28)를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유다.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대성공이다. 홍건희는 두산 불펜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23일까지 두산 이적 후 6경기에서 1승1세이브, ERA 1.86(9.2이닝 2자책점), 9삼진, 1볼넷을 기록하며 불펜의 빈 공간을 채웠다. 두산이 6월 불펜 ERA 1위(3.39)로 반전을 이뤄낸 데도 홍건희의 공이 작지 않다.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3-1로 앞선 9회 마무리로 등판해 세이브를 따내기도 했다.
두산은 애초부터 홍건희의 활약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었다. 여러 구단이 류지혁을 탐냈지만, 그 중 KIA가 내민 홍건희 카드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분명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사실 야수와 투수를 맞트레이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류지혁이 그만한 레벨이 되니까 KIA도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보유한 투수를 내놓았다. 불펜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도 현장과 동의했다”고 돌아봤다.
10개 구단 홈구장 중 가장 큰 잠실구장에 입성하는 것도 기록 향상의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트레이드 전까지 홍건희의 잠실구장 통산 성적은 19경기 2승2패, ERA 3.76으로 6.30의 통산 ERA와 견줘 월등히 좋았다. 본인도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잠실 기록을 믿고 더 잘해야겠다”고 했다. 이적 후 잠실에서 등판한 3경기에서 1승1세이브, ERA 1.93(4.2이닝 1자책점)의 성적을 거두며 통산 기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성공체험을 통해 자신감도 커졌다. 기본 레퍼토리인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슬라이더에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으며 상대 타자와 수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21일 잠실 LG전선 포심의 구위를 믿고 힘 대 힘으로 승부하는 배짱을 보여주기도 했다.
불펜 운용에 따른 고민이 줄어든 김태형 두산 감독도 홍건희를 볼 때마다 흐뭇하다. 그는 “첫 등판 때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며 “지금은 굉장히 믿음직스럽다. 자기 공을 베스트로 던지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강률이가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마운드가 생각보다 잘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뒤에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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