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사람이 첫해에는 좋은 성적을 내지만, 이듬해에는 부진한 경우를 뜻한다. 주로 스포츠에서 자주 언급되며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진리’처럼 통용됐다. 이제는 달라졌다. 심리적 영역이던 2년차 징크스를 더 이상 강조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 “3년차 때 못하면 3년차 징크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22·키움 히어로즈)는 데뷔 첫해 144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324로 신인왕에 올랐다. 자연히 2018년 이정후를 향해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가 따랐지만 109경기서 타율 0.355, 6홈런으로 오히려 더 진화했다. 강백호(21·KT 위즈)도 마찬가지다. 2018년 데뷔 시즌에 138경기서 29홈런으로 고졸신인 홈런 관련 각종 기록을 깨더니 지난해에는 116경기서 타율 0.336(5위)으로 정교함까지 갖췄다.
평소 절친한 사이라 강백호는 이정후에게 2년차 징크스 극복법에 대해 자주 물었다. 그 때 이정후는 이렇게 말했다. “2년차 때 부진하면 2년차 징크스고, 3년차 때 부진하면 3년차 징크스인가? 크게 신경 쓰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
● 땀과 준비, 2년차 징크스를 지우다!
올해도 2년차 징크스를 깨부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원태인(20·삼성 라이온즈)은 지난해 26경기서 4승8패, 평균자책점(ERA) 4.82를 기록했는데 올해 9경기서 4승2패, ERA 3.19로 오히려 더 좋다. 지난해 신인왕 정우영(21·LG 트윈스) 역시 올해 18경기서 1승4세이브5홀드, ERA 2.01로 전천후 불펜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정우영은 “(이)정후 형, (강)백호 형처럼 나 역시 야구장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편이다. 사실 2년차 징크스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지난해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자신 있게 하니까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원태인 역시 “모두가 2년차 징크스에 대해 얘기하니 미리 알고 대비한 효과가 큰 것 같다. 신인 때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좋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 프레임을 깨자!
이처럼 2년차 징크스는 법칙이나 진리가 아닌 심리적 이유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국내 스포츠심리학의 대가로 꼽히며 십수 년째 각종 프로스포츠 구단의 심리자문을 맡아온 한덕현 중앙대 스포츠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년차를 맞이하는 선수들이 한두 경기 부진하면 ‘어? 내가 2년차 징크스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2년차라서가 아니라 그 생각 때문에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이런 프레임에서 벗어난다면 징크스는 사라진다.
구단의 매뉴얼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도권 A팀 관계자는 “과거 신인 때 반짝 활약한 선수를 보면 자만하는 경우나 상대에게 분석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비해 심리적, 기술적 매뉴얼이 구단별로 갖춰졌다”며 최근 2년차 징크스 감소 현상을 분석했다.
프레임을 진리처럼 여기면 그 안에 갇히게 된다. 사람도, 팀도 달라졌다. 앞으로 2년차를 맞이할 새싹들을 위해서라도 2년차 징크스라는 단어는 이제 사전에서 사라져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