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구단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적이 중요하다.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더라도 우승과 거리가 멀면 명문의 반열에 오르기 쉽지 않다. 물론 선수들만 잘 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선수와 구단, 팬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음지에서 일하는 구단 직원들의 노력을 얕봐선 안 된다. 그들의 지원이 든든해야만 성적도, 그리고 명문구단도 가능하다.
최근 K리그의 양대 산맥인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엔 선수단만큼이나 뛰어난 직원들이 많다. 능력이나 경험, 열정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선수단의 우승 레이스만큼이나 이들의 장외 경쟁도 뜨겁다. 선수단이 오직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단의 빈틈을 바로바로 메워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전북 백승권 단장(59)과 울산 김광국 단장(53)은 정평이 난 행정가다. 개인적인 능력은 물론이고 우승을 향한 집념도 빼닮았다. 선수단을 향한 애정도 넘쳐난다. 또 팬을 위한 구단 운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구단의 위상도 높아졌다.
2017년 2월 부임한 백 단장은 우승 복이 터졌다. 부임 이후 3년 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당연히 백 단장도 큰 힘을 보탰다. 반면 2014년 11월 선임된 김 단장은 우승에 목이 마르다. 진정성과 성실성을 무기도 열심히 뛰었지만 리그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5시즌 동안 FA컵 우승과 리그 준우승이 전부다.
올 시즌도 이미 양 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터놓고 얘기하면 12개 구단 중 제대로 선수 영입을 한 구단은 전북과 울산뿐이다. 이들은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중이다. 승점 21의 전북이 1위, 1점 뒤진 울산이 2위다. 양 팀은 28일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다. 초반 판도를 가를 일전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 팀은 지난해 1승2무1패로 팽팽했다. 이에 대한 김 단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지난 시즌 상대 전적은 대등했지만 우리가 전북을 능가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전북은 훌륭한 상대이자 우리가 반드시 넘어서야할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북은 지난해보다 더 강해지진 않았다”면서 “반면 우리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강해졌다”고 했다. 이번엔 승산 있다는 얘기다.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28일 경기가 중요하다. 라이벌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해야한다. 김 단장의 예상은 3-2 승리다. 그는 “전반 주니오가 한골을 넣고, 후반 비욘 존슨과 이청용의 연속 골이 터질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백 단장도 “울산은 좋은 라이벌”이라며 덕담부터 꺼냈다. 또 “울산은 지난해보다 강한 모습이다.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수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인자는 1인자를 공격하기 위해 약점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약점을 알고 있고, 위기를 관리할 줄 안다”고 강조했다.
백 단장은 리그 4연패를 꿈꾼다. 그는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우승만큼은 안 된다. K리그 최초의 4연패와 함께 별 8개를 달고 싶다”고 했다. 경기수가 줄어든 만큼 초반 레이스가 중요하다는 백 단장은 28일 경기에서 전북이 2-1로 이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울산에서 이적한 김보경과 베테랑 이동국이 각각 한골씩 넣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