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문 KCC 김지후 “이대로라면 그만둬야 할 것 같아서…”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6월 29일 06시 30분


KCC 김지후는 최근 팀 훈련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다. 훈련 하나하나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를 바꾼 것은 바로 위기의식이다. 사진제공|KBL
KCC 김지후는 최근 팀 훈련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다. 훈련 하나하나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를 바꾼 것은 바로 위기의식이다. 사진제공|KBL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소중한 무언가를 잃을 상황에 놓일 때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세계적 프로레슬러이자 영화배우인 드웨인 존슨(더 락)은 고간에 처했을 때마다 뼈저리게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독기를 품어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남자프로농구 전주 KCC는 새 시즌에 대비한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KCC에서 유독 눈에 띄는 선수는 슈터 김지후(28·187㎝)다. 훈련 때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KCC 홍보팀 관계자가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다. 독기를 제대로 품었다”고 말할 정도다.

위기의식이 김지후의 마인드를 바꿨다. 2014~2015시즌 데뷔한 김지후는 전문 슈터로 팀 내에서 입지를 굳혔지만, 2017~2018시즌 15경기 출전·평균 2.5득점에 그친 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2019~2020시즌 제대 후에는 3경기서 평균 7분39초만 뛰었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김지후는 “내가 잊혀진 존재가 됐더라. 내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좋아하는 농구를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지난 시즌 직후 왼쪽 발목 수술을 받고는 2개월간의 휴가기간을 오로지 재활에 매달렸다.

그는 “수술 후 병원에 누워 내 자신을 돌아봤다. 선수로서 내세울 것이 없더라. 밑바닥 신세였다. 마냥 쉬다가 재활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집 때 정상 훈련을 바로 소화할 수 있도록 두 달을 오로지 재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수술을 한 여파 때문인지 훈련 초기에 방향전환이 잘 안됐다. 다행히 점차 나아졌고, 이제는 어려움이 없다. 작은 부분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며 웃었다.

김지후에게는 하루하루가 도전이다. 그는 “시즌 때 어떻게 하겠다고 당장 생각하진 않는다. 하루하루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따라가는 것 자체가 내게는 도전이다. 나는 지금 밑바닥이니까. 분명 이런 마인드가 흔들릴 때도 올 것이다. 그 때마다 ‘살아남아야 한다’고 되새기며 고비를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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