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K리그1 FC서울이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과제를 받아 들었다. ‘마스터 키’ 기성용(31)의 영입 여부다.
서울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9라운드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최근 5연패 수렁에서 벗어난 서울은 3승6패(승점 9)로 순위를 9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여유는 없다. 7월 4일 ‘라이벌’ 수원 삼성과 원정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초에 이어 기성용의 친정 팀 복귀 여부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K리그 유턴을 포기한 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RCD마요르카와 맺은 단기계약을 부상 회복 등의 이유로 조기 종료한 기성용은 25일 귀국해 2주 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새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기성용이 K리그를 기착지로 선택한다면 서울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타 팀으로 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은 기성용의 유럽 진출 당시 합의한 위약금(26억 원 추정)을 풀지 않았다. 시즌 전 서울과 협상이 무산된 기성용에게 접근한 전북 현대가 “어찌나 꽁꽁 동여맸는지, 꼼짝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혀를 내두른 바로 그 조건이다.
상황은 그 때와 많이 달라졌다. 전북은 베이징 런허(중국) 이적을 추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계약이 불발된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과 최근 계약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임대한 이수빈도 있고, 2년째 포항에 임대된 최영준도 내년 복귀한다. 기성용의 ‘절친’ 이청용이 몸담은 울산 현대도 여력이 없다.
‘리얼돌(성인용품 인형)사태’와 성적 부진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기성용이라는 걸 서울도 잘 알고 있다. 일단 서울 최용수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00경기 이상을 뛴 선수다. 합류하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양측 간 접촉은 아직 없었다. 강명원 서울 단장은 “당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 시간이 있으니 심사숙고해 입장을 정리 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 여름이적시장이 다음달 22일 종료되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깊은 갈등의 골이다. 기성용은 지난 협상에서 서울에 크게 실망했다. 연봉 등 조건도 좋지 않았지만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서울도 선수에 대한 감정이 마냥 좋을 리 없다.
더욱이 기성용의 선택지가 K리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관심이 여전하다. 이 중 LA 갤럭시는 오래 전부터 직·간접적인 러브 콜을 보냈고, 그 외에 시카고 파이어, DC유나이티드 등이 행선지로 거론된다. 또 한국 선수들을 각별히 여기는 중동도 있다. 유럽 잔류도 가능하나 예전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은 잠시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향후 반년은 푹 쉬고 겨울에 새 팀을 물색할 가능성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