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양강’이 이번 시즌 처음으로 맞붙은 28일 전북-울산전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도 되는 듯 큰 관심을 모았다. 경기를 앞두고 전북의 ‘라이언 킹’ 이동국(41), 울산의 ‘블루 드래건’ 이청용(32), 올 시즌 득점 1위(9골) 주니오(34) 등 쟁쟁한 선수들이 ‘키 플레이어’로 언급됐다. 하지만 정작 승부를 결정지은 주인공은 전북의 미드필더 한교원(30)이었다. 한교원은 전반 44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교원은 29일 현재 공격 포인트 7개(4골, 3도움)로 포항의 팔로세비치(27·4골 3도움)와 함께 이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K리그1 공격 포인트 상위 5명 가운데 국내 선수는 한교원뿐이다.
지난 시즌 14경기에 출전해 득점 없이 2도움만 기록했던 한교원은 올 시즌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문선민(28·상무), 로페즈(30·상하이 상강)의 이적으로 생긴 전북의 측면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서는 한교원의 이번 시즌 최고 속도는 시속 33.5km(5월 24일 대구전)로, 지난 시즌 문선민이 기록한 35.4km(10월 26일 서울전)보다는 느리지만 높은 활동량과 정확한 슈팅을 바탕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한교원은 “측면 자원 선수들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나에게 기회가 왔다.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크지만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 스타일이 투박해 과거 ‘우당탕’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한교원은 이번 시즌 한층 정교해진 공격력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슈팅 1.0개를 기록했던 한교원의 이번 시즌 슈팅 횟수는 1.78개로 늘었고, 유효슈팅 비율도 43%에서 50%로 증가했다. 28일 울산전에서 기록한 선제골은 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빛났다. 미드필더 손준호(28)가 짧고 빠르게 찬 프리킥을 오른발 터치로 받은 한교원은 상대 수비 대열이 갖춰지기 전 낮게 깔아 차 반대쪽 골문을 노렸다. 한교원은 “약속한 세트피스는 아니었다. 손준호는 그런 상황에서 재치 있는 패스를 종종 내준다. 익숙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인천에서 프로에 데뷔한 한교원은 2014년 전북으로 이적해 7시즌째 전북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적 첫해인 2014년 11골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던 한교원은 이후 하향세를 기록했다. 7골을 기록한 2018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4골 이상을 넣지 못했다. 9경기 만에 4골을 터뜨린 한교원은 올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 치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한교원이 겨울 훈련 때부터 득점력을 올리기 위해 슈팅과 움직임을 계속 연구하고 훈련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 한교원의 헌신은 모든 선수가 인정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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