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구촌의 스포츠 생태계를 크게 바꿔놓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전 세계 모든 구단들은 힘겨운 생존싸움에 직면했다. 단순히 하위리그 강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클럽의 존폐가 걸린 문제다. ‘수입 제로(0)’ 상태가 수개월째인 곳이 수두룩하다. 재정악화는 구단 임직원들의 해고와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의 급여삭감으로 이어졌고, 급여를 줄 수 없어 발을 구르는 곳도 허다하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그나마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안이 자산매각이다. 수많은 해외 클럽들이 자산인 선수 판매에 나섰다. 대어급 매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게다가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저렴한 가격이다.
K리그1(1부) 챔피언 전북 현대가 영입을 앞둔 ‘정통 윙어’ 모두 바로(28·감비아), 스트라이커 구스타보 엔리케(26·브라질)가 대표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스완지시티 소속으로 기성용과 호흡을 맞춘 바로는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구스타보는 전 소속팀인 코린치안스가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줘도 팔 수 없다”며 애착을 보였던 선수다.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들이 접촉했을 때도 코린치안스는 ‘노(No)’를 외쳤다. 중국 슈퍼리그의 일부 클럽도 600만 달러(약 72억 원) 오퍼를 던졌으나 거절당했다.
그렇게 콧대 높던 이들이 악화된 살림살이에 항복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적 절차 또한 순탄치만은 않은 형편이다. 각국이 국경을 봉쇄한 여파로 선수의 이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전북도 바로와 구스타보를 데려올 길이 막막했다. 브라질은 6월말부터 일부 국제항공편의 운항을 승인했지만, 아프리카 감비아는 꽤 심각했다. 과거에는 1주일 정도면 끝날 일이 한 달 이상 지연돼 이적 성사를 기약할 수 없었다.
사실 전북은 필수 포지션인 윙을 맡아줄 바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감비아의 상황이 잘 풀리지 않자 플랜B였던 구스타보로 선회했다. 이 때 모기업(현대자동차)의 도움이 있었다. 현대차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동돼 바로의 한국행이 승인됐다. 구스타보와 협상도 그대로 진행해 현재 막바지 단계다.
반면 외국인선수 자리가 비어있는 K리그 대부분의 팀들은 해외가 아닌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제리치(경남FC), 팔라시오스(포항 스틸러스) 등 K리그에서 검증된 자원들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 현실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해외 입국자는 코로나19 검사 후에도 2주간의 자가격리가 필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이적절차가 매듭지어지더라도 한 달 이상은 실전 투입이 어렵다.
저렴하게 쏟아진 매물들과 한층 복잡해진 절차. ‘코로나 시대’를 보내는 K리그의 외국인선수 영입전의 빛과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