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문체부는 최숙현 사건 조사 주체 아닌 ‘조사 대상’이다”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6일 13시 36분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한 스포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한 스포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스포츠·시민단체들이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을 두고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바른체육교수모임, 스포츠인권연구소 등은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요청에 답하기 위해 모인 단체’라는 이름으로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최숙현 선수는 소속팀 경주시청의 감독과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최숙현 선수의 비극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용철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김덕진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 스포츠계의 인권유린과 폭력의 카르텔 속에 급기야 소중한 생명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며 “‘그 사람의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말을 던지기까지 최숙현 선수가 겪어야 했을 고통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최 선수가 우리 곁을 떠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회적 기회’가 있었나”라며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철인3종협회, 경주시청과 경주경찰서까지 어느 곳 하나 최 선수를 보호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제대로 실효성 있게 작동된 곳이 없다”고 규탄했다.

실제로 최숙현 선수는 생전 대한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심지어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제대로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대목이다.

스포츠·시민단체들은 Δ철저한 진상조사와 확실한 책임자 처벌 Δ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배제한 진상조사단 출범 Δ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사퇴 Δ문체부의 책임지는 자세 Δ21대 국회의 적극적인 체육계 구조 개혁 등 5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진상조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며 “무능하게 이 사태를 방치해 결국은 최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에게 진상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건이 터지고 난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인식의 한계와 체육계 감싸기 등을 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진상조사단은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가해자와 그 주변인,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 관계자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신뢰할만한 전문인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흥 회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조재범 성폭력 사건 이후 국민들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며 버틴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최숙현 선수가 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한 것이 4월8일이다. 그동안 체육회는 과연 무엇을 했고, 이기흥 회장은 무슨 조치를 취했나”라고 비난했다.

문체부, 21대 국회를 향해서도 비판을 가한 스포츠·시민단체들은 “최숙현 선수의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요청을 기억하고 답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체육계 구조 개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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