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간판 타자 박병호(34)가 개인 통산 300홈런에 대해 “영광스러운 개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병호는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300홈런은 지금 성적을 떠나 영광스러운 홈런 개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지난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5회초 1사 1루 상황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14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300번째 홈런이었다.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300홈런을 돌파한 것은 박병호가 역대 14번째다.
박병호는 “LG 트윈스에서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됐을 때 송지만 선배가 은퇴하셨다. 당시 송지만 선배의 통산 기록을 보니 300홈런 1000타점을 넘겼더라”며 “대단한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치다보면 300홈런을 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에서 홈런 두 방을 몰아치며 개인 통산 299홈런을 기록하게 된 박병호는 “이후에 300홈런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다. 통산 홈런 수가 299개가 된 것은 알고 있었는데, 빨리 달성해야 한다거나 1개 남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며 “그저 300번째 홈런을 쳤을 때 ‘300홈런을 달성했구나’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전했다.
그간 때려낸 300개의 홈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어떤 것일까.
박병호는 “어려운 질문”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더니 첫 홈런을 떠올렸다. 그는 “첫 홈런을 친 상대가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라는 것만 알고, 이름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박병호는 그해 6월2일 무등 KIA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했다. 당시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매트 블랭크였다.
이름을 전해들은 박병호는 “이름을 들어도 모르겠다”며 재차 웃음을 터뜨렸다.
박병호가 300홈런을 달성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LG에서 키움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올라섰다. 2015시즌을 마친 뒤에는 미국으로 떠나 2016~2017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경험했다.
300홈런까지 올 수 있었던 계기를 묻는 말에 박병호는 “이 팀으로의 트레이드”라고 답한 뒤 “트레이드 되고 나서 팀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줬고, 좋은 지도자를 만났다”며 “그러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에서 뛴 2년 간의 공백이 없었다면 박병호의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수는 더 많았을 터다. 하지만 박병호의 야구 인생에서는 의미있는 2년이었다.
박병호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야구 선수로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리그에서 뛰면서 배운 것이 많다”며 “내가 몰랐던 부분이 많더라.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목표로 삼았던 300홈런을 달성한 박병호는 다음 목표가 1000타점이라면서 400홈런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통산 853타점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타점을 항상 많이 올리고 싶었다. 300홈런 1000타점을 해보고 싶었는데, 300홈런을 달성했으니 1000타점도 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300홈런 클럽에 들어간 것은 영광스럽지만, 400홈런을 생각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치면 역대 KBO리그에서 이승엽이 유일하게 달성한 7년 연속 30홈런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통산 5차례(2012~2015년·2019년) 홈런왕에 등극한 박병호는 이승엽과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만약 올해도 홈런 1위로 시즌을 마치면 역대 KBO리그 홈런상 최다 수상자가 될 수 있다.
박병호는 “7년 연속 30홈런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다 홈런왕 기록은 알고 있는데, 넘어서고 싶어 달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하다보면 따라오는 기록”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만회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스스로 “올 시즌 웃을 일이 많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박병호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7월부터는 조금씩 부진을 벗고 있는 박병호는 “올 시즌 초반 타이밍 문제가 많았던 것 같다. 타이밍이 맞지 않다보니까 타석에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악순환이 길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며 “타격폼을 간결하게 하면서 타이밍을 맞추려고 하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프로에 와서 해보고 싶은 목표 중에 하나가 우승이다. 일단 내가 잘해야 할 것 같다”면서 “동료들이 지고 있더라도 홈런을 치면 밝게 해달라더라. 잘 안 맞고 있지만, 반성하겠다. 앞으로는 기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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