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NC 다이노스가 1군에 진입한 뒤 마운드에 한 번이라도 오른 투수는 총 69명이다. 그 중 누구도 9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지 못했다. 구창모(23·NC)가 팀 역사 한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선명하게 아로새겼다. 초식동물 같던 막내투수는 이제 공룡군단의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로 성장했다.
NC는 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5-4로 이겨 3연승으로 단독선두를 굳게 지켰다. 7회까지 NC 타선은 5안타로 SK(8안타)보다 빈약했지만, 5회초 뽑아준 2점만으로도 선발투수 구창모에게는 충분했다. 구창모는 시즌 최다 타이인 8안타를 내주고도 7이닝 6삼진 1실점의 ‘짠물투’로 SK 타선을 봉쇄했다. 시즌 8승(무패)째이자, 2015년 데뷔 이후 인천SK행복드림구장 7번째 등판 만에 거둔 첫 승이다.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다. 매 이닝 주자를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3회말과 7회말 2차례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지는 스플리터에 SK 타자들은 좀처럼 진루타를 치지 못했다. 아울러 포수 양의지도 2차례의 도루저지로 구창모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경기 전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구창모가 올 시즌 최고 투수인 건 맞지만 같은 인간이다. 인간과 인간의 승부”라며 타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더 많은 출루에도 집중력이 부족했다.
이날 승리로 구창모는 NC 투수 최다연승 신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은 2014년 에릭 해커와 2017년 제프 맨쉽이 나란히 기록했던 8연승. 구창모는 올 시즌만 패배 없이 8승을 챙겼는데, 지난해 9월 15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를 더하면 9연승이다. NC 역사상 선발 최다연승 신기록이다. 아울러 14연속경기무패로 또 하나의 기록을 챙겼다. 종전 2014년 해커가 13연속경기 동안 패전을 떠안지 않았는데, 구창모는 여기에 한 경기를 더했다.
승패는 투수 혼자 결정하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구창모의 투구 내용 자체도 13경기 79.1이닝 평균자책점(ERA) 1.47로 흠 잡을 데 없다. 9연승은 단순히 운으로만 만들어질 수 없는 기록이다.
구창모에게 팀 역사는 익숙하다. 2018시즌까지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으나 지난해 23경기서 10승7패1홀드, ERA 3.20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 고지에 올랐다. 지금까지 NC 유니폼을 입고 10승을 기록한 좌완투수는 지난해 구창모가 유일하다.
좌완 첫 10승, 최다연승, 최다연속경기무패. 구창모는 지난해부터 팀의 각종 역사를 갈아 치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6년차 투수다. 구창모가 지금까지 세운 기록은 어쩌면 앞으로 쌓아갈 이야기의 ‘티저’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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