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지도자와 선배의 가혹 행위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22) 사건의 진상 규명과 스포츠 폭력 근절 등을 촉구하기 위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문화연대·스포츠인권연구소 주관)에서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짧고 강렬한 말로 한국 스포츠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에 앞서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선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이제 백마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박정, 임오경, 유정주, 전용기 의원 등도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허정훈 중앙대 교수(스포츠과학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조사한 한국 실업(직장운동부) 스포츠 선수 인권 실태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허 교수는 “선수 대상 선수 1251명 중 26.1%(326명)가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 폭력 이유는 ‘가해자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가 38.5%로 가장 많았다. 언어 폭력, 성추행, 생활 통제 등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허 교수는 “가해자 징계정보시스템 구축, 정기적 선수 인권 실태 조사, 독립적인 스포츠윤리센터 운영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스포츠 폭력을 대하는 기본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평론가는 “물리적 폭력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맞지 않았는데 더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감독, 선배를 보기만 해도 힘들다. 이런 구조에서 내가 절대 벗어날 수 없구나’라는 절망적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폭력”이라며 “기존 인권 교육은 물론이고, 가혹 행위 발생시 조사의 기준과 틀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피겨 선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도 “최 선수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개인 코치에게 딸이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했다. 이 학부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벌금 20~30만 원에 그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피해자 어머니 4명이 지난해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진정을 제기해 코치가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설 아이스링크에서 레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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