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롯데 자이언츠가 품은 모든 고민의 진원지는 안방이었다. 2017시즌 후 10년 넘게 터줏대감으로 자리했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프리에이전트(FA)로 팀을 옮기며 시작된 위기였다. 강민호 의존도가 높아 대안 마련에 소홀했고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 안중열, 김준태, 정보근 등이 기회를 받았지만 마뜩치 않았다. 지난해 103개의 폭투로 KBO리그 신기록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ML), 일본프로야구 포함 21세기 최초의 불명예를 썼다.
새 얼굴을 수혈하지 않았지만 올해 롯데 안방에는 안정감이 생겼다. 비결은 행크 콩거(32·한국명 최현) 코치였다. 2010년 LA 에인절스에서 ML 무대를 밟았고 7시즌 통산 373경기에 출장한 베테랑 포수다. 2014년엔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2.8로 ML 포수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롯데는 콩거 코치가 프레이밍에 능한 장점을 전수해주길 바랐다.
지켜보기부터 시작된 롯데 안방의 변화
콩거 코치의 시작은 지켜보기였다. 2월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 김준태, 정보근 등 기존 선수들을 최대한 지켜보며 장단점을 파악했다. 선수 파악을 어느 정도 마친 뒤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5일 사직 LG 트윈스전에 앞서 만난 콩거 코치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변화를 주면 선수들도 헷갈렸을 것이다. 어느 정도 지켜본 뒤 기본자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김준태와 정보근 모두 자세가 아주 좋아졌다. 블로킹, 프레이밍, 도루 저지 등 포수의 모든 행동 기초가 자세다. 그걸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적인 부분도 변화가 많지만 매 경기 항상 집중하고 있는 게 가장 반갑다. 매 경기마다 캠프 때 배운 것들을 적용하고 활용하려는 모습이 가장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허문회 감독은 김준태와 정보근 2인 포수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콩거 코치는 “둘 모두 올해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설 텐데 캠프 때부터 지켜온 루틴과 자신만의 방식을 유지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격려했다.
‘밥 뭇나?’에서 시작되는 선수 사랑
낯선 한국 생활. 하지만 지난해 11월 결혼한 아내와 함께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관중이 입장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구도 부산’의 위엄을 느끼고 있다. 당장 인터뷰 전날인 14일 집 앞 마트에 아내와 갔는데 빵집 점원이 콩거 코치를 알아보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며 카스테라를 서비스로 잔뜩 줬다.콩거 코치는 한국생활에 대한 질문에 “I love it”이라고 외쳤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밥 뭇나?(밥 먹었니?의 부산 사투리)”다. 콩거 코치는 “선수 생활 막판에도 기회가 된다면 KBO리그에서 뛰고 싶었다. 롯데가 좋은 기회를 준 덕분에 코치로 오게 됐는데 정말 좋다”며 “야구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즐겁게 하고 싶다”며 유쾌함을 드러냈다.
김준태와 정보근이 더그아웃 안팎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건 단순히 ‘배터리코치’ 콩거뿐 아니라 인간 콩거의 영향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