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5차전을 앞두고 인터뷰실을 찾았다. 전날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데 따른 취재진의 요청 때문이었다.
2위 쟁탈전으로 열린 22일 경기에서 두산은 키움을 6-1로 꺾었다. 두산 라울 알칸타라와 키움 에릭 요키시의 에이스 맞대결 속에 팽팽하던 승부는 6회말 두산이 6득점 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정수빈이 그 시작이었다. 무사 1루에서 요키시를 상대로 3루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이후 두산 타선이 폭발, 빅이닝이 완성됐다. 두 차례 희생번트에 실패한 뒤 어쩔 수 없이 강공을 펼친 것이 3루타로 이어졌다. 정수빈과 두산으로선 전화위복이었던 셈이다.
정수빈은 “1점 승부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을 맞혀야 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다행히 실투가 들어와서 운 좋게 3루타가 됐다. 결과적으로 번트에 실패하고 더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날 결승타 상황을 돌아봤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375에 이를 정도로 방망이가 뜨겁다. 이달 초까지 겪었던 극심한 슬럼프에서 탈출한 모양새. 그러나 정수빈의 초점은 타격이 아닌 수비에 맞춰져 있었다.
정수빈은 타격감과 관련한 질문에 “원래 나는 방망이를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편”이라며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나 자신도 가끔은 ‘왜 이렇게 못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한심해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내가 못 하려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크게 후회는 하지 않으려 한다”고 자신의 타격 실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 정수빈도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수비. 객관적인 평가도 중견수 수비는 정수빈이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수빈은 “수비에서만큼은 기복 없이 팀에 도움을 주려고 생각한다”며 “내 장점은 수비다. 수비로 2~3경기만 이겨도 팀에는 엄청 도움이 된다. 수비에서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을 갖고 있다. 수비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예전보다 수비 실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간혹 나온다. 이에 정수빈은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며 “다만 펜스 가까이에서 또는 수비가 겹치는 상황에서는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대범하고 집중력이 좋아 큰 경기에 강하다”며 “최고 장점은 아픈 데가 없다는 점이다. 경기 중에 충돌해서 다치는 것을 제외하면 근육이 뭉쳤다는 등 아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정수빈을 칭찬했다. 정수빈 얘기를 하는 동안 김태형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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