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타자 박병호!” 장내 아나운서의 힘찬 타자 소개가 26일 고척스카이돔에 울려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홈팬들은 열띤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26일부터 관중 입장이 허용된 고척돔은 하루 전 인터넷 예매로 입장권(총 1674장)을 구한 야구팬들로 북적였다. 연간 스카이박스 회원을 포함해 이날 입장한 총 관중은 1742명. 흰색과 버건디색 유니폼을 약속이라도 한 듯 맞춰 입은 키움 히어로즈 팬들은 오랜만의 직접 관전이어서인지 좀처럼 관중석에 앉아있지 못했다.
키움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한 주말 3연전에서 이미 2패를 당했다. 4연패에 위닝시리즈까지 내준 상황. 홈팬들 앞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했다.
승리를 낙관하기 힘든 경기였다. 대체선발 김재웅이 등판했고, 최근 타선은 침체 속에 좀처럼 돌파구를 뚫지 못했다. 그러나 키움 선수들은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홈구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5번타자로 선발출전한 박병호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그동안 계속 4번타자의 중압감을 느꼈던 그는 이날 5번타자 겸 1루수로 나서 모처럼 영양가 넘치는 타점과 안타로 팬들에게 보답했다.
1회 2사 1·3루 찬스서 3루수 오른쪽 깊숙한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엮어냈다. 시원한 안타는 아니었지만, 답답했던 타점 갈증을 풀어내는 귀중한 적시타였다. 2회 4번타자 이정후의 고의4구로 자존심을 구긴 그는 5회 3번째 타석에선 시원한 장타로 분풀이를 했다. 팀이 5-0으로 크게 앞선 1사 2루서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7회 1사 1·3루 찬스서도 다시 깨끗한 1타점 중전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병호의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 만점활약을 앞세운 키움도 8-1 승리와 함께 최근의 하락세를 일단 끊어냈다. 홈팬들과 첫 만남에서 값진 성과였다.
5번으로 나서는 박병호는 4번으로 출전하는 것보다는 분명 편한 듯한 모습이다. 5번 타순에선 21타수 10안타로 타율이 0.476에 이른다. 4번 타순에서 타율 0.212(189타수 40안타)에 그친 것보다는 활기 있는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