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류중일-윌리엄스 감독 사진 어떻게 찾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4일 14시 41분


윌리엄스 KIA 감독과 류중일 감독이 도루에 실패한 1루 주자와 유격수로 만났던 1985년 사진. 동아일보DB
윌리엄스 KIA 감독과 류중일 감독이 도루에 실패한 1루 주자와 유격수로 만났던 1985년 사진. 동아일보DB


이 사진 보신 분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연히 찾은 사진 한 장이 류중일 LG 감독과 윌리엄스 KIA 감독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저는 원래 옛날 신문을 다시 꺼내 읽는 좀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야구 LG와 두산이 이번 시즌 첫 잠실 맞대결을 앞두고 있던 11일 오후에도 옛날 신문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5일 광주 경기를 앞두고 두 감독이 선물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류 감독이 ‘혹시 잠실구장 와봤나? 내가 그 구장 1호 홈런 주인공’이라고 자랑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5일 광주 경기에 앞서 선물을 교환한 뒤 기념 촬영을 한 류중일 LG 감독(왼쪽)과 윌리엄스 KIA 감독. KIA 제공
5일 광주 경기에 앞서 선물을 교환한 뒤 기념 촬영을 한 류중일 LG 감독(왼쪽)과 윌리엄스 KIA 감독. KIA 제공



물론 류 감독은 LG와 안방을 나눠 쓰는 두산과 잠실에서 경기를 해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저는 온라인을 통해 저 장면을 지켜보면서 ‘윌리엄스 감독 선수로도 잠실구장 와 봤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윌리엄스 감독이 네바다대에 재학 중이던 1985년 한미 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미국 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다는 건 계약 당시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연세대에 대학 중이던 조계현 KIA 단장도 이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윌리엄스 감독 계약 당시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네바다대 재학 시절 윌리엄스 감독. 네바다대 홈페이지
미국 네바다대 재학 시절 윌리엄스 감독. 네바다대 홈페이지



이 대회는 동대문구장과 잠실구장을 오가면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런 이유로 옛날 신문을 뒤지면 윌리엄스 감독이 잠실구장을 다녀간 흔적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DB)에서 ‘윌리엄스’ ‘한미 대학 야구’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해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테드 윌리엄즈’라고 썼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검색어를 ‘윌리엄즈’로 바꿨더니 사진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그 사진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이 대회 사진은 맞았지만 촬영 장소가 잠실구장이 아니라 동대문구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루에 실패해 ‘아우트’ 된 윌리엄스 감독 뒤에 류 감독이 보이는 게 아닙니까.

35년 전 경기에서 만난 윌리엄스 KIA 감독(왼쪽 아래)과 류중일 LG 감독. 동아일보DB
35년 전 경기에서 만난 윌리엄스 KIA 감독(왼쪽 아래)과 류중일 LG 감독. 동아일보DB

저는 다음날(12일) 프로야구 당번이라 ‘내일 쓸 게 생겼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마음에 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띄웠는데, 평소에는 별 인기가 없던 옛날 신문 사진이, 갑자기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사진 주인공 두 사람이 이 사진을 보는 모습이 다른 언론사 기사로 나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35년 전 사진을 함께 지켜 보는 두 감독. KIA 제공
35년 전 사진을 함께 지켜 보는 두 감독. KIA 제공


대부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만 보셨을 테니, 저 같은 ‘옛날 신문 마니아’에게,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사진에 나온 한미 대학야구선수권 4차전에서는 한양대 김종석이 완투승을 거뒀습니다.

1985년 7월 16일자 동아일보 지면
1985년 7월 16일자 동아일보 지면


이 김종석이 바로 잠실구장 개장 기념 우수 고교 초청 대회 결승전 때 류 감독에게 홈런을 맞았던 부산고 투수입니다.

그리고 넥센, SK, KT를 거쳐 이번 시즌부터 LG에 몸담게 된 왼손 투수 김대유가 바로 김종석의 아들입니다.

역시 사람은 언제 어느 때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날 지 모르는 법인가 봅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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