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10-3서 8회 만루홈런
텍사스 감독 “불문율 어겨” 발끈
타자 “벤치, 치지말라 지시… 내 잘못”
최주환도 ‘닮은꼴 홈런’… 논란 안돼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힘껏 방망이를 휘두르는 게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 때가 있을까. 메이저리그 텍사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의 생각은 그랬다.
샌디에이고 2번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사진)는 18일 텍사스와의 방문경기에서 팀이 10-3으로 크게 앞선 8회초 2사 만루 3볼 0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바깥쪽 낮은 공을 힘껏 밀어쳤다. 타구는 쭉쭉 뻗어가더니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만루 홈런이 됐다.
그러자 우드워드 감독이 발끈했다. ‘점수 차가 클 때는 풀 스윙을 하지 않는다는 야구 불문율을 어겼다’고 판단한 그는 다음 타자였던 매니 마차도 타석 때 빈볼 사인을 냈다. 공이 마차도 등 뒤로 날아가는 바람에 몸에 맞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명백한 빈볼이었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 후에도 “타티스 주니어가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빈볼을 지시한 우드워드 감독에게 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타티스도 “내가 잘못했다. 벤치에서 ‘치지 말라’는 사인을 냈는데 내가 보지 못하고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과가 아주 진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19일 텍사스와의 경기 때도 6-0으로 앞선 4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단독 3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도루를 자제하는 것 역시 메이저리그 대표 불문율로 꼽힌다. 3루 도루는 더욱 그렇다.
재미있는 건 우드워드 감독 역시 현역 시절 큰 점수 차에서 만루 홈런을 친 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토론토 소속이던 2004년 8월 21일 볼티모어 방문경기 때 10-4로 6점이나 앞선 9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볼카운트는 1볼 2스트라이크였기 때문에 우드워드 감독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한편 올해 KBO리그에서도 살라디노(전 삼성), 페르난데스, 최주환(이상 두산) 등이 3볼 0스트라이크에서 홈런을 친 적이 있다. 최주환은 6월 4일 수원 경기 때 KT에 13-5로 8점 앞선 8회초에 이런 홈런을 쳤지만 불문율 위반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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